싱가포르에서 늦게 피어난 주민규, 싱가포르전 1골 2도움으로 7-0 승리 견인
늦게 핀 꽃이 싱가포르의 녹빛 그라운드에서 화려하게 피어났다.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던 주민규(34·울산)가 마침내 A매치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김도훈 임시 감독(54)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싱가포르 더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싱가포르 5차전에서 1골 2도움을 책임진 주민규의 맹활약에 힘입어 7-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11일 중국과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9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1무4패로 꼴찌가 확정됐다.
이날 한국은 실험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정예 멤버에 가까운 구성으로 출격했다. 주민규가 최전방에서 버티는 가운데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 3총사가 2선에서 뒤를 받쳤다.
이번 소집에서 처음 대표팀에 승선한 7명의 새 얼굴에서 선발 출전으로 데뷔전의 영광을 누린 것은 왼쪽 측면 수비수 황재원(대구)이 유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5위 싱가포르를 거세게 몰아붙인 한국은 9분 만에 골 폭죽을 쏘아 올렸다. 주민규가 페널티지역을 파고 드는 이강인에게 연결한 것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이강인이 수비수를 무너뜨리는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A매치 첫 도움을 기록한 주민규는 싱가포르의 추격을 따돌리는 득점도 책임졌다. 주민규는 전반 20분 측면 수비수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더골로 골문 왼쪽 구석에 꽂으면서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주민규는 지난 3월 태국과 3차전에 선발 출전해 한국 축구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만 33세 343일)을 치렀지만 득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규는 데뷔전에서 해결사가 아닌 도우미로 활약한 뒤 “동료들에게 잘 맞춰준다면 언젠가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김진수의 도움으로 골 맛을 보게 됐다. A매치 3경기 만에 터뜨린 이 득점으로 주민규는 고(故) 김용식 선생이 39세 274일의 나이로 1950년 4월 15일 홍콩과 친선전에서 터트린 득점에 이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골 2위(만 34세 54일)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후반 들어서도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후반 8분 역습 찬스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배달해 3-0으로 달아나는 득점에 기여했다. 1분 뒤에는 다시 이강인의 쐐기골을 도우면서 두 번째 도움까지 기록했다.
사실상 4골에 모두 기여한 주민규는 손흥민의 쐐기골로 5-0으로 앞선 후반 13분 박수 갈채 속에 황희찬(울버햄프턴)과 교체됐다. 주민규는 이날 맹활약으로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조규성(미트윌란)과 최전방 해결사 주전 경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민규는 지난 4년간 K리그1에서 최다골(60골)을 쏟아냈지만 파울루 벤투와 위르겐 클린스만 모두 그를 외면해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주민규는 늦은 나이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배준호(스토크시티)도 후반 25분 이재성 대신 교체 출전해 데뷔전 데뷔골의 기쁨을 누렸다. 배준호는 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싱가포르 골문에 감각적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에 황희찬까지 후반 37분 코너킥 찬스에서 왼발 슛으로 쐐기골을 넣으며 7-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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