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단체교섭권’, 상생 지렛대 될까
본사, 단체 난립 우려와 ‘성실히 임해야’ 등 규정 모호 지적하며 반대
민주당, 신속한 입법 추진…정부, 사업 환경 제각각 되레 부작용 우려
국내 치킨 가맹점 점주 A씨는 2018년 닭의 품질이 낮고, 식용유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다른 점주들과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원가를 공개해달라고 했다. 본사는 “내부 영업기밀”이라며 거부했다. A씨가 문제를 공론화하자 본사는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법정 투쟁 끝에 점주 지위를 회복했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그는 “조만간 계약 갱신 시기가 도래하는데 연장 여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점주들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상생협의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들어 다시 회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복수노조처럼 가맹점주단체가 난립한다며 반대하지만, 가맹점주단체 구성률이 낮아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은 충분히 논의된 만큼 22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1대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가맹점주단체가 계약조건 등에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가 이에 응하도록 규정해놨다.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개정안이 가맹점주에게 노동조합과 같은 권한을 부여한다며 반대해왔다. 여러 가맹점주단체가 난립하면 본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맹점주를 비롯해 민주당 등에선 실제 단체 구성률이 극히 낮다고 말한다. 개정안대로 하면, 가맹점주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 ‘가맹점 수’ 혹은 ‘전체 가맹점 대비 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1만1844개 브랜드 중 가맹점주단체가 구성된 곳은 80여개다. 단체 구성률이 0.68%에 불과하다.
현행 가맹사업법에서 본사가 가맹점주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대목도 모호하다고 지적된다. 협의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본사가 거부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요가맹사업단체분쟁 사건 32건 중 31건이 가맹점주 대화 요청 거부로 시작됐다. 이 중 11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징금 등 제재를 받았다. 13건은 국회 등의 중재로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6일 “(등록 요건인) 가맹점 수 같은 경우 100개 미만인 곳부터 편의점업은 1만개가 넘는 등 천차만별”이라며 “일률적으로 가맹단체 등록 조건과 협의 횟수·주제를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국회 등이 나섰을 때 해결된 분쟁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은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면 법적 다툼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법적으로 점주와 본사 간의 대화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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