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마녀사냥, 엉뚱한 사람도 잡았는데…폭로 유튜버 수익, 벌금보다 많다니
법원 처벌에 만족 못한 누리꾼
가해자 직장 몰려가 응징 나서
온라인 정보 신뢰성 부족하고
사건과 무관한 희생자도 속출
피해자측 “공개 동의한 적 없어”
6일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밀양 성폭행 사건의 네 번째 가해자를 공개했다. 나락보관소는 “밀양 성폭행 사건의 왼팔격으로 사건을 주도한 가해자가 밀양시에 위치한 한 공단에서 근무 중이며 슬하에 아들, 딸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후 해당 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강간범도 일 시켜주는 곳이 여기인가요?” 등의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앞서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작으로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차례대로 공개하고 있다. 첫 영상에서 공개된 A씨가 경북 청도군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별점 테러를 하며 응징에 나섰다. 이 식당은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방문한 맛집으로 소문이 났지만 사건이 이슈화된 이후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나락보관소는 이어 지난 3일 성폭행 가해자 중 한 명이 개명 후 김해에 있는 유럽계 수입차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누리꾼들의 항의와 별점 테러가 쇄도하자 전시장 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인물을 해고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 5일에는 사건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며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던 여성 경찰의 근황도 도마에 올랐다. 누리꾼은 그가 소속된 지역 경찰청 민원게시판 등에 항의성 글을 올리며 비난을 쏟아냈다.
유튜버가 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신상을 폭로하는 ‘사적제재’는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현실에선 사법을 통한 정의 실현이 쉽지 않고 설혹 가능하다 하더라도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익명의 대중들은 SNS상에서 신상을 공개하고 일종의 ‘명예살인’을 집행함으로서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에 쾌감을 느끼곤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판사들이 내리는 형벌 수준과 일반 국민이 가지는 상식적인 법 감정 간 괴리가 커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국민들은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하기에 처벌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사적제재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신상 공개는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소지가 있고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혹은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일 경우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적제재는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반증할 수도 있지만 감정적 동요에 의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신상 정보가 유통될 경우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이 밀양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B씨가 밀양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의 여자친구라는 주장을 펼치며 네일숍 리뷰창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 다른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B씨의 가게 문을 열어보거나 우편함을 뒤지는 행동을 하며 B씨의 실명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한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리고 “저는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거론되는 사람의 여자친구가 아니다”라며 “계속되는 마녀사냥으로 아무 상관없는 제 지인이나 영업에 큰 피해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해자 신상 공개 영상이 조회수 및 구독자수 상승과 수익으로 직결되기에 사적제재 콘텐츠가 계속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가해자 신상공개를 해도 기껏해야 벌금형을 받을 텐데 구독자수가 폭등했을 때 채널 운영자가 얻는 수익이 내야 하는 벌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몇 배 남는 장사인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공개를 시작한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 약 6만명이던 채널 구독자수가 6일 오후 기준 44만명을 돌파했고, 업로드한 동영상 55개의 누적조회수는 2천만회를 돌파했다. 고액의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도 여럿 있다.
한편 피해자 측은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5일 “피해자 측은 나락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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