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부러진 우산, 다시 ‘쫙’ 펴드려요

박준철 기자 2024. 6. 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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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리본우산’ 인기
경기 부천시 송내역 북부에 있는 리본우산센터에서 직원들이 6일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위 사진).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 대합실에 시민들에게 빌려주는 우산이 우산꽂이에 꽂혀 있다.
무료로 수리·대여 서비스
일자리 창출·재활용 효과
기증·수선 건수 크게 늘어
타지서 소문 듣고 오기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무료 수리, 무료 대여, 자원 재생이라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경기 부천시의 ‘리본우산(Re:born·폐우산이 새 우산으로 다시 태어난다)’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6일 경인전철 송내북부역 1층 리본우산센터. 센터 밖 노란색 간판에는 ‘우산을 빌려드립니다. 자유롭게 쓰시고, 여유롭게 돌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의 센터에는 우산과 양산은 물론 고장난 우산에서 떼어낸 살대와 천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입구에는 비가 올 때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줄 우산 20여개가 우산통 3개에 가득 꽂혀 있다.

우산을 수리하던 A씨는 “기증된 우산 중 고장난 것은 분해해 수리 부품으로 쓰고, 쓸 만한 것은 고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며 “시민들이 요청하면 수리도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경기 파주와 안산은 물론 멀리 울산에서 찾아오는 노인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비 오는 날이면 바깥에 대여 우산을 놓아두는데, 시민들이 빌려 쓰고 갖다 놓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 대합실에도 ‘리본’ 우산꽂이에 형형색색 우산들이 꽂혀 있었다. 24개의 우산꽂이 중 6개는 이미 비었다. 이 우산들은 비가 오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빌려갔다가 반납하면 된다. 덕분에 부천 시민들은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지하철역에서 리본우산을 빌릴 수 있어 당황하지 않는다.

리본우산을 무료로 빌려주는 곳은 총 7곳이다. 경인전철 부천역과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춘의역, 소사구청 등 4곳과 무료우산센터 1호점인 송내북부역과 2호점 중동행복주택 2층, 3호점 내동 렉스타운 1층이다.

리본우산이 알려지면서 수리 요청이 늘고 있다. 고장나 처치가 곤란하거나 버스·지하철에 놓고 내린 우산들의 기증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수리 건수는 2022년 3~5월 155건에서 2023년 3~5월 974건, 지난 3~5월엔 1384건으로 늘었다. 기증도 2022년 3~5월 49건, 2023년 3~5월 243건에서 올해 3~5월에는 879건으로 증가했다. 소신여객과 시흥교통, 서울지하철 7호선·인천경찰청 유실물센터, 옥길동 브리즈힐·상동 서희그랑블·중동 한라마을 아파트 등 단체는 물론 개인들도 헌 우산 기증에 동참하면서다. 대여의 경우도 지난해 31건에서 올해는 55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부천시는 2018년부터 우산을 무료로 수리해줬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2023년 전국 최초로 ‘단비우산 및 안심우산 지원 조례’를 제정, 시민들에게 무료로 우산 수리와 대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일자리 활성화와 주민 생활편의를 위한 리본우산이 자원 재활용 효과까지 내고 있어 지속 확대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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