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위한 하루... 걸으며 기부하고, 그리며 되새겼다
제69회 현충일인 6일, 순국선열을 기리고 호국 영웅을 예우하는 각종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제2연평해전 영웅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예비역 해군 대령)은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이글스와 KT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이 차관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참수리 357호 부정장이었던 당시 양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참수리 357호정을 지휘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냈다.
당시 왼쪽 손을 다치고도 끝까지 전투에 임한 참전 용사 권기형(43·예비역 병장)씨는 시타자로 참여했다. 참전했던 곽진성(46·하사), 조현진(42·병장), 김면주(44·병장), 고정우(43·병장)씨도 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은 당시 전사한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 한상국 상사·조천형 상사·황도현 중사·서후원 중사·박동혁 병장을 함께 추모했다.
해군1함대사령부 장병들은 6일 강원 동해시 광희고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고(故) 심영빈·장진선 중사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두 중사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에서 NLL 수호 임무 수행 중 북한 어뢰 공격을 받아 44명 전우와 함께 전사했다.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전사자, 천안함 폭침 희생자, 6·25 전쟁 학도병 유족 등 국가 유공자·보훈 가족 160여 명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초청 오찬에 참여했다. 제2연평해전 참전 용사 황창규 원사와 연평도 포격전에 참전한 정경식 준위 등 서해 수호 장병 대표도 함께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 연평부대 소속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다.
서울시는 이날 중구 남산공원에서 ‘6·6 걷기대회’를 열었다. 오세훈 시장, 6·25 참전 용사, 가수 션을 비롯해 1500명의 시민이 백범광장에서 석호정까지 남산 북측 순환로를 왕복해서 걸었다. 현충일을 기념한다는 뜻으로 6.6㎞ 코스였다. 참가비를 모아 기부하는 돈은 6600만원이다. 기부금은 고령·독거 유공자들의 주거 환경 개선에 사용된다.
경찰청도 같은 날 순직 경찰관 자녀를 돕기 위한 ‘6.6㎞ 기부 러닝 행사’를 열었다. 경찰관과 일반 시민 120여 명은 이날 서초구 예빛섬에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까지 6.6㎞를 달렸다. 행사 참여비(1인 6600원)는 모두 순직 경찰관 자녀를 돕는 ‘100원의 기적’ 참수리사랑재단에 기부된다.
서울 용산에서 열린 ‘제28회 전쟁기념관 그림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내가 그리는 나라사랑 기억하겠습니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2020년 코로나 사태 후 온라인으로 전환됐던 이번 행사는 4년 만에 다시 현장에서 열렸다.
극단 ‘이륙’은 이날 ‘순국선열의 정신은 우리의 DNA에 남아 있다’를 주제로 강원 춘천 도심 일대에서 무용극을 펼쳤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은 이날 경기 의정부시 동막교 광장에서 호국 영웅들의 옷을 재해석한 패션쇼 ‘호국, 영웅의 의(依)미(美)’를 열었다. 대학생 37명은 호국 영웅 정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의상을 제작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서울현충원에서 ‘호국의 형제 6호’ 안장식을 열고, 6·25 전쟁에서 전사한 전병섭 하사(상병)의 유해를 동생인 전병화 이등상사(중사)와 함께 안장했다. 전 하사는 1951년 전사한 이후 2021년 6월 강원 인제군에서 유해가 발견돼, 70여 년 만에 동생 곁에 함께하게 됐다. 전 상사의 큰딸 전춘자씨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큰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두 분의 넋이라도 한자리에 모셔 꿈에 그리던 재회를 해 기쁘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대에선 6·25 때 전사한 재학생을 기억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유홍림 총장 등이 관악캠퍼스 ‘전몰 추모비’를 찾아 묵념했다. 추모비엔 당시 책 대신 총을 들고 참전했던 전몰자 29명 이름이 새겨졌다. 서울대는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별도 충혼탑 건립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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