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명’들 쓴소리…분화하는 친명계
‘이재명 중심’ 당헌·당규 개정
측근 김영진 공개적 “반대”
정성호, 의장 후보직 사퇴 후
추미애 아닌 우원식 지지
‘원조 친명’ 대 ‘신친명’ 노선차
소신 발언, 당내 영향 ‘촉각’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이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 강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을 두고 원조 친이재명(친명) 의원들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의원들 다수가 강성 친명 당원들의 눈치를 보며 입조심하는 사이 원조 친명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친명계의 분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원외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한 지난 5일 연석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이견을 낸 의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회의에 참석한 206명 중 발언자는 7명이었고, 개정안에 반론을 제기한 이는 2명에 그쳤다.
반론을 제기한 의원 중에는 ‘원조 친명’이라 평가받는 김영진 의원이 있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이 대표가 처음 대선에 출마할 때부터 함께해온 측근 그룹 ‘7인회’ 멤버다. 그는 당대표 임기 단축과 연임 제한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장시간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7인회 멤버인 정성호 의원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건 당원들만 (민주당을) 찍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당헌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총선 이후 친명계의 분화를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친명계라 할 정도로 친명계가 많아지면서 내부에서 당의 노선을 두고 입장차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7인회 출신 원조 친명 대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 멤버를 중심으로 한 신친명, 강성 친명들의 노선차가 확연해지고 있다.
출발점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었다. 민주당 최대 계파 혁신회의 멤버들과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등은 이 대표 뜻을 강조하며 추미애 의원을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밀었다. 하지만 원조 친명계 일부는 ‘명심’(이 대표 의중)과 거리를 뒀다. 정성호 의원은 의장 후보를 사퇴하면서 추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을지로위원회 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우원식 의원 지지 뜻을 밝혔다.
이후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우 의원 지지 의원 색출 작업까지 벌어졌고, 정청래 최고위원과 장경태 의원 등 강성 친명 의원들은 이 힘을 바탕으로 이 대표 연임론을 밀고 있다. 이들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이 대표 대선가도에 예상되는 장애물 제거 작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당헌·당규 개정 이슈에서 원조 친명 대 신친명 의원들의 입장차가 다시 확인되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원조 친명의 쓴소리는 당내 여론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22대 국회 민주당 의원들 중 강성 친명계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벌써부터 의원들 스스로 입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대표와 여간한 사이가 아니라면 직언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원조 친명 의원들의 소신 발언이 침묵하는 의원들을 자극할지도 주목된다. 안규백 의원은 6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되기에 이 점(경선에 당원 여론 반영)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이견이 적었다는 점을 명분 삼아 개정 작업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수면 아래 있던 일부 의원들의 반감이 부상하고, 원조 친명계의 공개 비판이 나온다면 당내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하·박하얀·신주영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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