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지사의 '인사 실험'…"집단지성 작동, 갑질 근절에 도움"

박기홍 기자(=전북) 2024. 6. 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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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승진인사 앞두고 국·과장에 각각 2~3명씩 추천 받아

고위간부의 갑질과 막말 파문에 휩싸였던 전북특별자치도가 3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실·국장과 과장급 추천을 받는 '새로운 인사 실험'에 나서 도청 고위직의 집단지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 참석한 10여명의 실·국장을 대상으로 도청 과장급(4급) 명단자료를 나눠준 후 국장(3급) 승진 적합인사를 각각 3명씩 추천하라고 요청했다.

올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국장급 명퇴자 3명을 포함한 부단체장 3명 인사 등 3급 자리가 6개 발생함에 따라 4급 중에서 승진 적합자를 국장 1명당 3명씩 추천받은 것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3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실·국장과 과장급 추천을 받는 '새로운 인사 실험'에 나서 도청 고위직의 집단지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전북자치도
김관영 도지사가 국장급에 배포한 자료에는 통상 승진자리 1개당 5배수 추천이 가능함에 따라 과장급 인사 30명의 명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영 도지사는 또 다음날에는 청내 60여명의 과장급(4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같은 명단을 나눠주며 국장으로 승진해야 할 인사를 각각 2명씩 추천하라고 요청했다.

김관영 도지사가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국장급의 추천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하위 직급인 과장급의 추천까지 동시에 받기란 이번이 처음이다.

인사권자가 3급 승진인사를 위해 3급 동료와 4급 후배 간부의 추천서를 참고로 하는 '초유의 인사실험'을 파격적으로 단행하자 도청 안팎에서 다소 놀라는 분위기이다.

청내 분위기는 국장급 10여명에 과장급 60여명 등 70여명이 3급 승진 적합자 2~3명씩 추천할 경우 '집단지성'이 작동해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고위직 다수의 추천을 받았을 것이라는 과장급 2~3명 정도가 점쳐지는 등 김관영 도지사의 새로운 인사 실험이 도청내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후배 공직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고위직의 하마평도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도백의 인사실험'이 조직문화 개선의 '선순환 고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청 내 실·국·과별 지휘 라인에서는 저마다 회의석상에서 "조직의 상하좌우 관계에서 업무처리와 상호존중이 더 중요해졌다"며 "동료와 후배 직원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스킨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고위간부 A씨는 "인사권자가 도청 내 고위직 전수의 추천을 받아 후보를 물색함으로써 실력과 인성을 갖춘 일부 후보 이름이 거론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대단한 관심사로 부상한 상태"라며 "추천과정에서 일을 잘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직원들과 얼마나 많이 소통하느냐의 처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간간부인 B씨는 "고위직이 3급 승진 적합자를 추천한 이후 '사람 보는 눈은 거의 비슷하다'는 말이 나돌고 있어 스스로 그간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고위직의 갑질과 막말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료나 후배 직원이 고위직을 평가하는 등 사실상 다면평가를 진행하는 '인사추천제'가 인기에 영합하는 자기관리형 인물로 결정되거나 실력과 인성에서 최고가 아닌 평균 인물이 중용되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위직 인사'의 추천을 받겠다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인사 실험은 "고위직의 경우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자치도
퇴직한 전직 간부 C씨는 "과거 김완주 도지사 시절에 연거푸 세 번 S등급을 받아야 승진할 수 있다는, 이른바 '쓰리 S 승진'의 인사실험이 있었다"며 "당시 승진할 사람에게 최고 등급을 몰아주는 부작용이 있어 지속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위직의 추천과정에서 '업무'보다 면식이 있는 선후배를 챙기는 '끼리끼리 문화'가 은연중에 작동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위직 인사'의 추천을 받겠다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인사 실험은 "고위직의 경우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고위직의 갑질 근절과 기강 잡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절묘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겸손한 소통'과 '굳건한 기강'을 바탕으로 도정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도백(道伯)의 철학을 재차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김관영 도지사의 인사실험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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