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깨우는 김경문의 파격
다시 주전 경쟁…신선한 긴장감
라인업의 변화는 신임 감독이 취임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관건은 변화의 폭이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사진)은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지난 4일 수원 KT전에서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스타감’이라고 점찍은 유로결을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부상에서 갓 복귀한 하주석을 3번 지명 타자로 전진 배치했다. 한화 이적 후 1루수로만 뛰었던 안치홍을 5번 타자 겸 2루수로 과감하게 기용했다.
김 감독은 앞서 3일 취임식에서 “어린 선수보단 나이가 더 있는 (베테랑) 선수를 기용하고, 도루가 가능한 발 빠른 선수를 찾겠다”며 선수 기용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감독은 실제로 주력이 좋은 유로결에게 리드오프 임무를 맡기는 등 첫 경기부터 큰 폭의 변화를 시도했다. 당일 한화는 KT를 8-2로 꺾었다.
상위 타선에 배치한 유로결과 하주석의 활약이 도드라졌던 것은 아니다. 다만 ‘깜짝 라인업’은 그 자체로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냈다. 새로운 오디션이 열린 셈이다.
김 감독은 5일 수원 KT전에선 신인 황영묵을 1번 타자 겸 2루수로 넣었다. 데뷔 후 처음 톱타자로 출전한 황영묵은 6타수 4안타를 치고 4타점을 수확했다.
사실 황영묵은 이날 엉겁결에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요나단 페라자가 부상 여파로 빠지면서 2루수로 출장하려던 안치홍이 지명타자로 이동했고, 황영묵이 대신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린 황영묵은 “감독님께서 ‘이런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실 때 떠오르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뚝심 야구’로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다. 믿음이 생기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준다. 두산에선 김현수(현 LG), NC에선 나성범(현 KIA)이란 걸출한 야수들을 키워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선수를 믿게 되면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그간 중용되지 않았던 유로결이 발탁되고, 베테랑 안치홍이 수비 포지션을 2루수로 옮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어오는 변화를 감지했다.
정규시즌도 80여경기밖에 남지 않은 터라 주전을 가리기 위한 오디션이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도 짧은 시간 안에 신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 김 감독의 이유 있는 ‘파격’은 팀 분위기를 바꿔놨다.
김 감독은 5일 수원 KT전이 끝난 뒤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도 빠르게 정리했다. 점수차가 큰 8회말 투수 박상원의 격한 세리머니로 불거진 사건에도 빠르게 KT 더그아웃을 직접 찾아가 “내가 잘 가르치겠다”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박상원은 6일 경기 전 정경배 수석코치와 함께 KT 이강철 감독과 박경수 주장을 찾아가 사과했다. 김 감독 부임 뒤, 한화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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