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밥그릇 싸움?”… ‘밀양 성폭행’ 폭로 유튜버들, 서로 저격
“피해자 동의했다”더니... 실제 동의 여부 논란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폭로에 나선 유튜버들이 서로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고 나섰다. 사적제재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이 같은 저격까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정의구현을 표방하더니 결국엔 밥그릇 싸움이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자 측 동의를 구했다”며 가해자 폭로에 처음 나섰던 유튜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나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된 건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지난 1일부터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하나씩 공개하면서다. 여파는 컸다. 첫 폭로 대상자가 근무하던 식당은 휴업에 들어갔고, 두번재 가해자 지목 남성은 직장에서 해고됐다.
사건이 연일 화제를 모으자, 다른 유튜버까지 가해자 폭로에 가세했다. 유튜브 ‘전투토끼’는 5일 “세번째 가해자를 공개한다”며 다른 한명을 추가로 공개했다. 결국 이 남성은 다니던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다. 대기업 측은 “현재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해 임시 발령조치를 했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중이며 사실관계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온라인상에선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사적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락 보관소 vs 전투토끼 간 공방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나락 보관소는 5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나락 보관소는 폭로에 가세한 전투토끼를 겨냥하기도 했다. 나락 보관소는 같은 글에서 “저를 돕겠다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건 엄연히 ‘크로스체크’가 되어야 하는 사건”이라며 “저와 팩트체크 한번 더 하시고 올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 지원단체 측에서 나락 보관소에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나락 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며 “피해자 측은 영상이 업로드된 후 6월 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글 이후, 전투토끼가 나락 보관소 저격에 나섰다. 전투토끼는 6일 ‘나락 보관소 헛저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 뒤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나머지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나”며 “이게 진정 여러분들이 원하는 방향이냐. 그저 도파민만 필요하신거라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나락 보관소가 피해자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한 내용의 글은 삭제된 상태다.
◇‘폭로 유튜버’들의 저격전 이후, 갈라선 여론
‘정의구현’을 하겠다며 폭로에 나선 유튜버들이 서로 저격 중인 상황에, 네티즌 반응은 갈렸다.
일각에선 “저격 영상이 나오면 본질이 흐려진다” “가해자들이랑 싸워라” 등 가해자 지목을 이어가는 게 맞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결국엔 밥그릇 싸움이었나” “이쯤되면 그저 조회수를 위해 영웅놀이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사적제재를 허용하면, 언젠간 살인 청부업자 시켜서 다 죽이는 세상도 올 것 같다” “사건 피해자가 삭제 요청까지 했다는데 영상 공개하는 건 단순 마녀사냥을 위해서 아니냐” 등의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나락 보관소의 영상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잘못 지목돼 네티즌에게 공격당한 밀양의 한 네일숍 사장이 그 대상인데, 이 네일숍 사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마녀사냥으로 아무 상관 없는 제 지인이나 영업에 큰 피해가 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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