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친화’ 이면의 ‘저임금·노동 통제’…과연 아마존만의 이야기일까[책과 삶]
아마존디스토피아
알렉 맥길리스 지음 | 김승진 옮김
사월의책 | 520쪽 | 2만7000원
제프 베이조스라는 31세 청년이 1995년 자기 집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을 창업했다. 29년이 지나자 이 기업은 시가총액 1조8700억달러(약 2566조원)의 미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로 커졌다. 한국 삼성전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전체 온라인 소매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기업의 이름은 ‘아마존닷컴’이다.
미국 탐사보도 언론사 ‘프로퍼블리카’ 선임기자인 알렉 맥길리스는 <아마존 디스토피아>에서 아마존의 해악들을 고발하고 비판한다. 맥길리스는 아마존이 미국의 불평등과 분열을 집약한 존재라고 본다. 아마존이 ‘소비자 친화적 기업’이란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사실 독점적 시장 권력을 이용해 경제는 물론 정치까지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맥길리스는 ‘아마존이 미국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이 어디에 본사를 짓고 물류센터를 짓느냐에 따라 지역 격차가 심화되고 풍경까지 변화했다. 워싱턴, 뉴욕, 시애틀 등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초번영 도시’에선 주거비 폭등, 교통체증, 계급·인종적 분리가 나타났다. ‘낙후 지역’에선 아마존 물류센터가 로컬 기업들과 소매상들을 밀어내고 황폐화시켰다. 물류센터 유치를 조건으로 세금 감면은 물론 전력망 비용까지 공공에 떠넘겼다. 아마존의 대다수 직원들은 단순 저임금 노동을 반복한다.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 된 직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아마존의 승승장구에는 미국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도 작용했다. 아마존은 공직자들에 대한 공격적 로비를 통해 주요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미국 연방정부 ‘최고조달책임자’였던 앤 렁, 백악관 언론비서관이었던 제이 카니를 임원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의 아마존’ 쿠팡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 인프라와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한 로켓배송 등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아마존은 ‘무노조 경영’과 강력한 노동 통제로 악명이 높다. 노동조합 활동 탄압 의혹과 열악한 노동 환경까지 두 기업이 놀랍게 닮았다. 맥길리스의 아마존 비판은 쿠팡에도 적용될 수 있어 보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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