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적 차별에 반기를 든 사람들[책과 삶]
친애하는 슐츠씨
박상현 지음
어크로스 | 384쪽 | 1만9800원
‘프랭클린’은 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만화 <피너츠>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다. 똑똑하고 언제나 진지한 프랭클린은 주인공 찰리 브라운에게 좋은 상담 상대다.
그런데 프랭클린이 <피너츠>에 처음 나온 것은 1968년. 만화가 연재된 지 19년차가 되던 해였다. 유일한 흑인 캐릭터인 그가 <피너츠>에 등장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만화가 찰스 슐츠는 그해 캘리포니아에 사는 여성 해리엇 글릭먼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친애하는 슐츠씨”로 시작되는 이 편지에는 인기 만화인 <피너츠>에 흑인 캐릭터를 나오게 해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었다.
당시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백인우월주의자의 총에 맞아 사망한 직후로 인종 갈등이 극심했다. 흑인 캐릭터가 형식적으로 소비될까 우려한 슐츠는 이 부탁을 거절했지만, 몇달간 여러 통의 편지가 더 오간 뒤인 그해 7월 결국 프랭클린을 처음 세상에 소개하게 된다.
글릭먼과 슐츠의 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고민은 인종 차별에 맞서는 하나의 발걸음이다. 오랜 차별과 해묵은 인식이 바뀔 때에는 이처럼 ‘도끼’와 같은 사람과 이야기가 있었다. <친애하는 슐츠씨>는 두 사람처럼 사회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찰스 슐츠부터 장애인의 존재를 지우려는 사회에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에 나선 장애인 운동가 주디 휴먼, 스포츠 선수로서 정신 건강을 위해 기자회견을 거부한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뉴스 매거진 ‘오터레터’의 발행인 박상현이 썼다. 한국 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흥미롭고도 중요한 이야기를 소개해온 저자의 글답게 술술 읽힌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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