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독주' 막아라"…가성비 내세운 인텔·AMD 반격
인공지능(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최적화한 반도체 패키지)로 AI 열풍 중심에 선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인텔과 AMD가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각사는 이달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한 AI 가속기를 선보이고 향후 AI산업 주역이 자사가 될 것임을 자신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IT 박람회로 거듭난 컴퓨텍스 2024가 오는 7일까지 열린다. 행사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엔비디아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연내 출시 예정인 '블랙웰'의 후속작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을 공개했다. 루빈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처음으로 채택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올해 3월 새 GPU 플랫폼인 블랙웰을 공개한 지 세 달 만에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고 나선 것. 황 CEO는 트레이드 마크인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나타나 엔비디아의 GPU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고 루빈을 2026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 대해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엔비디아가 AI 기술 구현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AI 가속기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기업에 그치지 않고 주역 자리를 지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전통의 강호 인텔도 맞불을 놨다. 팻 겔싱어 인텔 CEO(사진)는 지난 4일 기조연설에서 자사 AI 패키지 '가우디3'을 소개하고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AI 가속기 3분의 2 수준에 공급하겠다며 이례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공세에 나섰다.
겔싱어 CEO는 "지난 4월 출시한 가우디3는 경쟁사 AI용 GPU 가격의 3분의 2 수준이고 전작인 가우디2는 3분의 1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며 "가우디3는 엔비디아 (현재 주력 AI 가속기인) H100보다 훈련·추론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PC 부문 반도체의 최강자였던 인텔은 AI 시대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효율적인 코어를 갖춘 '제온(Xeon) 6' 데이터 센터 프로세서를 선보인 겔싱어 CEO는 최근 황 CEO의 '인텔과 같은 기존 프로세서가 AI 시대에 활력이 부족하다'는 발언에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젠슨이 믿는 것과 달리 (인텔 공동설립자인 고(故)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인텔이 AI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 함께 AI용 반도체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AMD도 새 AI 가속기 'MI325X'를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MI325X는 업계 최대인 288GB 용량에 초고속 HBM3E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다.
AMD를 이끄는 리사 수 CEO는 신제품에 대해 "엔비디아 블랙웰 B200보다 1.5배 많은 메모리 용량과 1.2배 빠른 성능을 낸다"며 "최근 AI 도입 가속화로 AMD의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쟁력을 강조했다.
공교롭게 AMD와 경쟁사 엔비디아의 수장은 먼 친척간이다. 미 CNN방송은 지난해 11월 대만 족보학자의 분석을 인용해 수 CEO가 황 CEO와 5촌 관계라고 보도했다. 수 CEO는 2020년 한 행사에서 황 CEO와 먼 친척 관계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인텔과 AMD가 앞다퉈 뛰어난 성능을 강조한 신제품을 공개한 이유는 AI 산업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생성형 AI뿐 아니라 AI 스마트폰, AI PC, 로봇용 AI 등 관련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기존에 2년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이번 행사에서 황 CEO는 이를 절반인 1년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AMD는 내년 MI350 시리즈, 2026년 MI400 시리즈를 출시해 엔비디아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강석용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공신경망을 필두로 한 AI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완전한 대중화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AI가 미래라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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