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⑮ 달과 로맨스
[※ 편집자 주 = '미술로 보는 세상'은 미술 작품을 통해 당시 화가가 살아갔던 시대상과 현재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기존 연재물을 영상으로 확장한 크로스 미디어형 콘텐츠인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미술 이미지는 영화, 광고 등을 넘어서 메타버스와 가상·증강현실까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K컬처팀은 미술 이미지를 통해 생각의 탄생과 사유의 확장을 표방하는 지식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노석준(전 고려대 외래교수) RPA 건축연구소 소장과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영상예술학 박사)의 도움으로 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이 그린 '월하정인(月下情人)'은 '달빛 아래 정을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쓰개치마를 둘러쓴 여인과 도포를 입은 남성이 담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두 남녀가 은밀히 만나는 가운데 달빛이 침침하게 내리비춰 애틋함을 더한다.
예로부터 많은 화가가 달을 소재로 로맨스를 표현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미술로 보는 세상' 칼럼 저자 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는 월하정인 속 달을 두고 웃을 때 여인의 눈썹을 닮았다고 말하며, 이 작품이 "달과 사랑과 연결해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도 기자는 "신윤복이 보름달이 아니라, 초승달로 보이는 달을 그린 것은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초승달을 그림으로써 완벽함을 의미하는 보름달과 달리, 주저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윤복의 작품 속 달을 보면 볼록한 면이 위에 놓인 독특한 모양새를 찾을 수 있다"며 "이 역시 두 남녀의 밀회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윤복,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시대의 3대 풍속 화가로 알려진 김홍도 역시 달을 그림에 담았다. '소림명월도'는 그가 연풍 현감에서 파직돼 서울로 돌아온 이후 제작한 '병진년 화첩'에 수록된 스무 작품 중 하나로, 달이 성근 나무 뒤에 쓸쓸하게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 기자는 "더할 수 없이 환한 보름달이지만,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땅과 나무를 비추는 달빛은 외로운 화가의 자화상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산수화의 특징 중 하나가 산수가 중심이고 어딘가에 사람이 있는 것이나 이 그림은 자연 자체만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은 작품 속 달의 의미를 강조하며 "달은 항상 존재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선망의, 미지의 대상인 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나무 뒤 정중앙에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 기자는 김홍도의 작품을 보며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의 거장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작품을 떠올렸다. 프리드리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달을 응시하는 남녀'에서 화면을 채운 숲속 달빛은 김홍도가 그린 그림을 넓게 펼친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게 도 기자의 설명이다.
김홍도의 '소림명월도'가 그림 속에 어떤 이도 없는, 눈앞 그대로의 자연을 그린 작품이라면 프리드리히 그림은 고요한 마음으로 숭고한 자연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화가가 달을 작품에 담아왔다. 이를 두고 출연진은 '멀리 있지만 항상 가까이 있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을 모았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진행 : 유세진·도광환·노석준·석수선, 촬영 : 김민규·유준하, 스튜디오 연출 : 김혜리, 웹 기획 : 이은진, 연출 : 김현주>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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