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 만들어 지방소멸 극복”… 해상풍력 역점 추진 [지방기획]

김선덕 2024. 6. 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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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재생에너지산업 선도
道, 전국 발전사업 83개중 58% 따내
해상풍력 자원 잠재량, 전국 1위 굳건
국내 유일 전용항만 ‘목포신항’ 활용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도약 ‘부푼꿈’
해남·여수·고흥 등 시·군과 협력 강화
바람연금으로 주민과 이익공유 계획
신규 허가 제한에 전력계통 연계 난관
“자국 산업 보호·육성정책 마련 시급”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가운데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공급망 구축을 위한 철강·제조업 등 기반산업 역량이 높아 해상풍력 발전의 최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2023년 말 전국 기준 83개 사업, 27.6GW 발전사업 허가가 났다. 이 중 전남은 7개 시·군에서 52개 사업, 16GW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사업 허가의 57.9%를 차지한다.
2018년부터 상업운전 중인 전남 신안군 자은면 백산리∼고장리 일원 62.7㎿ 규모의 육상풍력 전경. 전남도 제공
지난 4월에는 전남도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 AP 몰러·머스크, 목포시와 해상풍력 터빈공장 목포신항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이끌어냈다. 글로벌 1위 터빈사인 베스타스와 세계적인 통합 물류기업인 머스크는 약 3000억원을 공동투자해 목포신항 항만배후단지 20만㎡를 확보하고, 2027년부터 연 최대 150대의 해상풍력 터빈양산을 목표로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로 전남의 해상풍력 산업은 한층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해상풍력을 선도하고 있는 전남의 현재와 미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짚어봤다.

◆목포신항을 풍력 수출 전진기지로

전남의 해상풍력 자원 잠재량은 125GW로 부동의 전국(386.5GW) 1위다. 전국 최초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SK E&S 100㎿ 단지가 올해 12월 준공되면 내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영광군 낙월(354㎿, 명운산업개발) 육상부 착공을 시작으로 신안군 우이(한화건설) 등 2개 사업(1GW)이 하반기 순차적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발전단지는 국내 유일 해상풍력 전용항만인 목포신항을 활용하게 된다. 목포신항은 전국 무역항을 대상으로 항만시설, 해상운송, 지역여건 등을 고려한 해상풍력 전용항만 적합성 평가 결과 해상풍력 항만 최적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지난 4월 코펜하겐에서 전남도가 베스타스와 머스크, 목포시와 투자협약을 체결, 투자가 결정된 곳도 바로 목포신항이다. 이를 통해 전남은 글로벌기업의 공동투자로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 및 신규 물동량 유치로 동북아 해상풍력 물류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목포신항 1선석만으로는 전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남도는 지난해 4월 대한조선·해남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해상풍력사업이 본격 진행될 2027년까지 해남 화원산단에 해상풍력 전용항만(공용부두 1선석)과 배후단지 총 218만9000㎡를 개발 완료해 이 중 절반 정도를 해상풍력 관련 기업에 분양할 계획이다.

전남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전용항만인 목포신항에 철재부두 1선석 추가 건설 및 해남 화원산단 개발로 터빈, 블레이드, 하부구조, 케이블 등 부품업체·연관기업을 집적화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산업클러스터로 조성할 방침이다.
◆일자리 창출·주민과 이익공유 모델 제시

전남은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더 나아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해상풍력을 역점 추진 중이다.

전남도와 지역대학, 발전사 등 15개 기관이 ‘해상풍력 전문인력 양성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전남·광주 지역 8개 대학에서 해상풍력 융합전공 학사·전문학사 과정을 개설·운영 중이다. 올해 1학기는 54명(학사 34명, 전문학사 20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며, 현재까지 누적 수강인원은 149명이다. 또 베스타스 터빈공장 설립 시기에 맞춰 도내 고교·대학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생산인력 200여명 양성, 발전단지 유지보수 및 전주기 인력양성 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인력 양성과 함께 지자체 중심 공공 주도 주민참여 개발을 통한 주민 수용성 확보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 주도로 12개 단지, 3.7GW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을 신청한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 햇빛연금을 통해 정주 인구를 늘렸다. 군은 해상풍력을 통한 바람연금으로 주민 이익공유 방안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전남도는 집적화단지 지정 및 이익공유 모델 확산을 위해 여수, 고흥, 진도, 영광 등 시·군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개발계획 수립 단계부터 실질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사업 이익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방소멸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력계통 확보 등 정부 정책 지원 필요

전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나 전력계통 포화상태로 신규 발전사업 허가 제한, 추가 계획 중인 발전단지 계통연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는 계통용량 증대, 전력수요단지 인근 변전소 추가 건설 등 제도개선을 지속 건의하고, 집적화단지 지정에 따른 전력계통협의체 구성을 통해 주민 수용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실시한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5개 프로젝트에서 총 1.4GW가 낙찰됐다. 이 중 2개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터빈 등으로 결정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시장 잠식 및 국내 풍력산업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탄소중립산업법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육성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달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화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향한 정부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중앙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에 대한 걱정 또한 많은 상황이다. 앞서 논의됐던 해상풍력 특별법은 기존 진행사업의 지연, 지자체 권한 상실 등 오히려 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특별법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정부와 지자체 공동주도 개발을 위한 지자체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직접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익공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해상풍력 사업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 풍력 보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미 27.6GW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기존사업자들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풍력보급 목표 달성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존 진행사업에 대한 보호 및 보상방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해양풍력 클러스터 조성… 세계 에너지 대전환 선도”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글로벌 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도약하겠습니다.”

김영록(사진) 전남지사는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인한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전남이 대한민국의 ‘청정 에너지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지사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남은 자연환경 등 제반 여건이 좋고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량 전국 1위로 사업 추진 속도도 가장 빠르다”며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전용항만인 목포신항을 보유해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한 풍속(초속 7.2m)과 낮은 수심(40m 미만) 등 천혜의 조건을 갖춘 전남은 해상풍력 강국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김 지사는 설명했다.

전남도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와 ‘전남형 상생 일자리’ 비전을 선포하며 민선 7기 전남의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미래 성장동력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현재 신안(8.2GW)을 포함한 7개 시군에서 30GW 규모의 해상풍력 건설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0GW 목표가 최종 달성될 경우 약 43만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는 해상풍력 분야 선진국인 덴마크에 비해 우리나라의 생산과 기술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덴마크는 해상풍력 발전 비율이 53.6%인 반면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전력 생산량(59만GW) 중 해상풍력 비율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양 국가 간 전력 규모 차이가 커 단순 수치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시대에 해상풍력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가 보기에 덴마크와의 차이점은 건설 절차의 효율성에 기인한다. 그는 “덴마크는 해상풍력 관련 인허가를 2년10개월로 단축해 해상풍력 발전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허가 권한이 복잡해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이는 앞으로 ‘전남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전남은 괄목할 만한 해상풍력 생산 잠재력을 지녔지만 신규 발전사업 허가가 제한되는 등 발전사업 허가량에 비해 국가 전력망 확충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에 계통용량 증대 등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안=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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