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숨 쉬는 어느 곳이든 찾아오는 예술작품 ‘건축물’[그림책]
루이스 칸: 벽돌에 말을 걸다
웬디 레서 지음 | 김마림 옮김
사람의집(열린책들) | 656쪽 | 3만원
루이스 칸은 방글라데시 국회 의사당, 킴벨 미술관 등을 지은 유명 건축가다. 1901년 태어나 1974년 사망했다. <루이스 칸: 벽돌에 말을 걸다>는 그의 타계 50년을 맞아 출간된 평전이다. 논픽션 작가인 웬디 레서는 칸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취합하고 그가 만든 건축물을 답사해 가며 그의 생애를 치밀하게 재구성한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다른 예술작품과는 구분되는 건축물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부분의 다른 예술과는 달리, 건축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에게 찾아온다. (…) 건축은 언제나, 집과 사무실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림을 보려면 미술관에 직접 찾아가야 하지만, 건축물은 그것이 잘 지은 것이든 못 지은 것이든 인간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나 있다. 저자는 칸을 ‘예술적 본질을 추구했던 건축가’로 본다.
칸이 잘 지은 건축물만 다룬 책은 아니다. 필립스 엑서터 도서관의 사례가 재미있다. 미국 뉴햄프셔에 있는 이 도서관은 “현대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대적인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 도서관에는 “거대하고 매혹적인 반원형의 계단”이 있다. 칸은 “계단을 오르는 일 자체가 이 건물에서 경험하는 사건의 일부라는 것”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도서관 계단을 넓게 만든 섬세한 작업자다.
그러나 그가 이 도서관 바로 뒤에 지은 ‘엑서터 다이닝 홀’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최악’으로 꼽힌다. 학생들은 이곳을 “화장터”라고 부른다. 단순히 벽돌 굴뚝으로 둘러싸인 외관만 아름답지 않은 게 아니라, 내부 설계도 별로다. 상대의 말소리는 물론 자신의 말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럽고, 동선도 복잡해 사람들끼리 계속 부딪친다.
똑같은 시기에 지은 두 개의 건물이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저자는 칸이 책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 정도로만 생각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칸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건축물에 관한 챕터만 봐도 흥미로울 책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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