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동심을 선물하는 병원
아이들 동심을 위해
장난감 ‘치료’하는 이야기
"장난감이 아픈가 봐." 이렇게 설득하면 그제야 꼭 쥔 고사리손을 풀어낸답니다. 장난스럽게 지은 면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병원'이란 단어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단 건 요즘 두 살짜리 아이도 다 아니까요. 그래서 장난감 병원은 '수리'보다 '치료'라는 표현을 씁니다.
2011년 9월 개원한 '키니스 장난감 병원'.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이 장난감 병원은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님, 연구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다 은퇴한 할아버지 '장난감 박사'들이 모여 운영하는 곳이다.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는 평균 나이 75세 할아버지 12명이 장난감을 치료하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 이야기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입원 치료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되살려 선물해주는 이곳은 올해로 13년차가 된 비영리 봉사단체이자 국내 최초의 장난감 병원이다.
10만개 이상의 장난감을 고치며 7만8000여명의 아이에게 동심을 선물해온 장난감 박사들이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장난감 세계를 탐험하며 경험한 속 깊은 사연들을 들려준다.
36년간 공학 교수로 일해온 김종일 이사장은 은퇴 후 몇몇 동료들과 장난감 병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봉사하는 여생'을 위해 멋모르고 시작한 일인지라 처음엔 좌충우돌 연속이었다. 나뭇가지, 돌멩이, 풀잎을 장난감 삼아 놀던 할아버지들에게 전기로 움직이는 요즘 장난감들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기 때문이다.
대체로 손재주가 좋거나 공학도였던 저자들은 매일 20~30건씩 들어오는 치료 의뢰에 '노동'에 가까운 업무가 돼버렸지만, "어르신들 당 충전하세요" 하며 보내는 초콜릿 과자나 "감사합니다"라고 서툴게 쓰인 아이들의 인사말에 진정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곳을 찾는 장난감과 보호자인 아이들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저자들은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한 사연을 겪으며 변화와 노력을 꾀했다. "우리 병원 응급수술 1순위는 '모빌'입니다. 모빌은 제일 어린 나이 아이들의 장난감이니 가장 먼저 고쳐야지요. 그맘때면 부모들이 온종일 애랑 붙어 있어야 하는데, 모빌이라도 틀어줘야 그나마 밥이라도 먹고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출장 치료도 다닌다. "어린이집 출장을 갈 땐 최대한 많은 양을 치료하고자 합니다. 네다섯 시간의 수리가 끝나고 나서 '감사합니다!' 하고 휘청일 정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녀석들의 목소리는 더욱 반짝이지요."
안타까운 순간은 '수리 불가능' 판정으로 입원을 받지 않을 때다. 사진과 내용을 보고 치료 확률이 70% 이상인 것만 입원을 받는다. 치료가 안 될 경우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란다.
"아이가 존재하는 한 장난감은 계속 필요할 테니까 계속해서 장난감을 고쳐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 또 다른 삶을 사는 '멋진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자세,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 일을 향한 성실한 열정 등 지금의 어른들, 앞으로 어른이 될 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선사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