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이미 잡혔다”…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자신감’
10대 통화국 인플레 2% 근접
1월 2.9% 기록후 안정 추세
일부 실물지표는 침체 신호도
美 조기 인하 주장도 나와
6일 매일경제신문 분석에 따르면 이미 주요국에선 ‘통화정책 전환(피봇)’ 분위기가 뚜렷하다. 주요 10대 통화국의 정책금리는 2022년 초 이후 줄곧 상승 흐름을 유지하다 2년 만에 하락세로 반전하는 모습이다. 이날 기준 주요 10대 통화국 정책금리 평균은 연 3.77%로, 올해 1월(3.85%)을 정점으로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10대 통화국 대부분이 연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피봇)’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어서다. 올들어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접근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실물경제지표에서는 ‘경기침체 신호’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대 통화국의 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022년 10월 전년 대비 7.1%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10개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완만하게 떨어져 지난 1월 전년대비 2.9%로 내려오며 2년 만에 처음 2%대에 진입했다. 이어 올해 4월까지 2.6%를 기록하며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ECB가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배경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한 캐나다와 스웨덴, 스위스 중앙은행처럼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에서 고용과 제조업 지표가 함께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 점도 피봇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지난 5일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밝힌 5월 비농업부문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2000명 증가에 그치면서 예상치(17만5000명)를 밑돌았다. 지난 1월(11만1000명)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앞서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806만건에 그쳤다. 2021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기의 방향을 가늠하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월 48.7을 기록하며 예상치(49.6)를 밑돌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PMI는 50 미만이면 경기수축,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미 연준도 올 하반기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한 만큼 9월 이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연준은 5월 베이지북(경기평가보고서)을 발간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늘면서 경제 주체들의 전반적인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었다”며 “물가는 완만한 속도로 상승했고 소매지출과 일자리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전망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지난달 31일(연 2.7%)보다 줄어든 연 1.8%로 낮추면서 일각에선 경기침체를 우려한 ‘선제적 금리인하’ 주장까지 나온다.
5일 루벤 세구라 카유엘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지 않고 지금의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한다면, 글로벌 금융 긴축으로 유럽을 비롯해 미국 외 지역에서 극단적인 침체와 디스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빠르고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미 경기침에 대응하기 위해 일찌감치 피봇에 나섰다. 팬데믹 이후 부동산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중국인민은행(PBOC)은 정책금리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8월 연 3.55%에서 3.45%로 인하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되고 있는 호주는 연내 금리 인하가 물건너 간 분위기다. 오는 18일 금리결정을 앞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올 만큼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1월 정책금리를 16년 만에 최고수준인 연 4.35%까지 올렸고, 내년까지 동결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호주의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은 목표치(2~3%) 보다 높은 3.6%를 기록했고, 호주왕립은행(RBA)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완화에서 긴축으로 선회하며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중이다. 2014년 아베노믹스 이후 장기간 완화 정책을 펼친 일본은행은 올해 3월 17년 만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8년간 마이너스(-0.1%)로 유지하던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인상했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국채매입 규모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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