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6년 만에 재회한 ‘MOON’ 앞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한화, 김경문 감독 부임 후 3연승 질주[수원x현장]

류현진이 6일 수원 KT전 7회초 나온 최인호의 적시 2루타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한화 제공

김경문 한화 감독(66)은 KBO리그에서 900승 가까이 올린 ‘백전노장’이다. 2018년 6월 NC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로 6년 만에 한화 감독으로 복귀했다. 이런 그의 가슴을 유독 뛰게 만드는 선수가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함께 일군 ‘괴물’ 류현진(37)이다.

당시 프로 3년 차 젊은 투수였던 류현진은 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에이스였다. 캐나다와 조별리그에선 완봉승, 우승이 걸린 쿠바와 결승전에선 8.1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김 감독과 류현진은 16년 만에 한화에서 재회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이 선발 등판 하는 6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류현진을 다시 만나니까 떨리더라. 내게 이런 시간이 다시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다시 감독이 돼 류현진이 투구하는 모습을 본다고 하니까 가슴이 설렌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6일 수원 KT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 제공

류현진은 이날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는 호투를 펼쳤다. 불안 요소가 없던 건 아니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전 직전 팔꿈치 불편감을 느껴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이상이 있을 수도,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었다.

기우였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직구 33개, 체인지업 26개, 커터 26개, 커브 14개 등 총 99구를 던져 5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사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나왔다.

절대적인 개수는 적었지만, 삼진이 꼭 필요한 순간에 나왔다. 류현진은 0-0 동점이던 4회말 1사 1·3루 실점 위기에서 황재균과 풀카운트 대결 끝에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솎았다. 0의 균형이 계속되던 5회말 2사 2루에선 김민혁과 풀카운트 접전에서 몸쪽 꽉 찬 직구로 삼진을 끌어냈다.

류현진이 6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한화 제공

이날 경기는 류현진과 KT 선발 엄상백의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경기 내내 엄상백을 공략하지 못하던 한화 타선은 7회초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1사에서 채은성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대주자 이원석이 최재훈 타석에서 도루에 성공해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최재훈이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지만, 최인호가 엄상백의 3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김민혁의 키를 살짝 넘기는 좌전 적시 2루타로 연결했다. KT로선 낙구 지점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김민혁의 수비가 아쉬웠다.

1-0으로 앞선 7회말 류현진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춰 이민우와 교체됐다. 승리조 이민우가 내야 안타, 볼넷으로 흔들리자 한화 벤치는 김규연을 급히 투입했다. 김규연은 무사 1·2루에서 김상수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고, 일단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최인호가 6일 수원 KT전 7회 적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한화 제공

김규연은 후속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상대로 1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1루에 붙어있던 김태연이 베이스를 밟은 뒤 포수 최재훈에게 송구해 홈에서 3루 주자 배정대를 잡는 호수비로 이닝을 끝냈다.

김규연이 8회말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고,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이 9회초 시즌 15번째 홈런(1점)을 터트렸다. 득점의 물꼬를 튼 한화는 KT 불펜 박영현, 이상동을 무너트리며 해당 이닝에만 5점을 뽑았다.

9회말 등판한 마무리 주현상이 6-0 승리를 지켰고, 한화는 김 감독 KT와 3연전을 싹쓸이하며 부임 후 3연승을 질주했다. 류현진은 시즌 4승(4패)째를 수확했다. 시즌 평균자책도 4.09까지 떨어져 3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6일 수원 KT전 등판을 마치고 경기를 지켜보는 류현진. 한화 제공

수원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