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대기업도 손 뗀 ‘동해 광구’, 하나부터 열까지 의혹투성이

2024. 6. 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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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매장 유망구조를 발견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인터뷰한 뒤 공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발표한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계획을 둘러싼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당 광구는 한국석유공사와 오랜 기간 협업한 호주의 에너지 대기업이 ‘장래성이 없다’며 포기한 곳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의 탐사 시추 지시가 발표 당일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주무부처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시추 결정과 대통령 발표, 관련 부처의 석연치 않은 태도에 이르기까지 의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6일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해당 광구는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 에너지’가 ‘2023 반기보고서’에서 장래성이 없어 철수했다고 밝힌 지역이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석유공사와 동해 8광구와 6-1광구를 탐사했다. 석유공사는 우드사이드 에너지 철수 후 공동탐사 자료를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에 넘겨 ‘유망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에너지 전문기업들 진단이 엇갈렸음에도 소규모 자문업체 판단에 기대 시추 결정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까지 한 것은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은 동해 유전 가능성을 공개한 3일 안덕근 장관에게 탐사 시추 진행을 지시했다. 통상이라면 정부 부처 간 검토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도 조율한다. 더구나 발표 1시간 전에야 대통령 브리핑 계획을 산업부가 알 정도였다고 하니 정부 내에서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산업부는 대통령실과의 소통 과정이나 액트지오사 관련 자료 공개를 ‘자원안보·영업기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의문투성이 발표를 하고도 주무부처가 함구하고 있으니 갖가지 억측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

기후위기로 탄소중립이 과제가 되면서 유전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원유 매장이 확인되더라도 정부 발표를 보면 생산은 빨라야 10년 뒤다. 그때의 경제성은 또 어떨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드사이드 에너지 철수 배경에 이런 사정이 작용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어떤 판단과 의도로, 누구 조언을 듣고 시추를 결정하고 서둘러 발표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글로벌 대기업이 철수한 사업을 왜 재개하게 됐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관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탐사 시추에 수천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얼버무리려 해선 안 된다. 국회도 사업 타당성 검증에 나서야 할 일이다. 액트지오사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7일 기자회견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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