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이사회를 구성하려면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동일 집단의 오류’라는 게 있다. 배경이 비슷한 이들이 모인 집단은 의사소통이 쉽고 편하지만 그만큼 편향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의사 결정도 마찬가지다. 이사회가 특정 성별이나 일부 학교 출신들로만 구성되면 동일 집단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구성원이 천편일률적인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배반하고 오너에만 유리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례는 자주 있다. 이런 ‘우물 안 개구리’ 이사회는 그 본질에 충실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해외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는 어떨까?
해외 주요국의 상장사들은 이사회 구성원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BSM(Board Skills Matrix)이란 지표를 공시한다. BSM은 이사진의 능력·자질·다양성 등을 표 형태로 도식화한 개념으로, 업종·거버넌스 전문성은 물론이고 성별이나 출신 학교 등 다양성 정보가 담긴다.
호주 ASX100 소속 상장사의 80%가량이 BSM 지표를 공시 중이고, 미국은 S&P100에 속한 기업을 중심으로 공시를 늘려가는 추세다. 전 세계 시장과 투자자를 상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카콜라 등 대다수 유명 글로벌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BSM 지표 공시를 통해 ‘이사회가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투자자 기대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울러 각 지표를 개선해나가면서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여타 이사회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나아가 전체 주주는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이가 누구인지 더 밀도 있게 따져 보면서 주주총회에서 제대로 권리를 행사할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
BSM 지표 통한 경쟁력 있는 이사회 구성
BSM 지표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헤드헌팅 회사들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도 국내에선 사내 이사회 서치팀을 둔 몇몇 외국계를 빼고는, 서치펌이 적당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리스트 형태로 전달하면 경영진이 필요에 따라 그 풀 안에서 임의로 선임하는 기업이 많았다. 다시 말해 새로 선임할 이사는 어떤 역량이 있어야 하는지, 기존 멤버와 조화롭게 어울려 시너지를 낼 것인지 등 이사진 전반을 아우를 총체적 역량 분석이 부재했다.
다만 이사회 서치를 담당하는 헤드헌터들은 대체로 경력이 짱짱한 잔뼈 굵은 이들이다 보니 본인만의 경험으로 쌓은 ‘감’으로 좋은 성과를 내왔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투자한 회사를 ‘우물 안 개구리’ 이사회에 맡길 수 없듯 이사회 선임 역시 감에 의존하는 헤드헌터에게 맡길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젠 서치펌도 기본적으로 BSM 지표를 상정하고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브리스캔영은 최근 이례적으로 이사회 전체 멤버를 풀 세팅할 기회가 있었다. 먼저 해당 업종의 특성을 분석하고 특별히 요구되는 경력과 자질이 무엇인지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은 기준들로 이사회 멤버 구성을 진행했다.
첫째는 본인의 경력과 전문성이 업종과 100% 일치하는 구성원이다. 이 같은 이사회 멤버는 해당 사업의 현안에 아주 적확한 자문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업종과 70% 정도 연관이 있는 상위 포괄업 경력을 지닌 구성원이다.
가령 폐배터리 업체의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화학업이나 2차전지업계 출신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즉각적인 현안은 물론이고 미래 안건에 대해서도 양질의 의사 결정과 자문을 해나갈 수 있다.
셋째는 IR 전문가다. 물론 이들의 역할이 경영에 언제나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대상 기업이 매우 다양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로 구성돼 있다면 IR 경험이 많아 여러 방식의 소통에 능한 이들의 역할이 긴요해진다.
넷째는 테크 전문가다. 이들은 향후 사업적 포석을 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폐배터리 업체에 스마트 팩토리나 자동화 관련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구성원이 영입된다면, 당장엔 관련이 없을지라도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엔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재무·회계·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이사회 멤버 전원은 모두가 관련 분야에서 C레벨 경험을 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의 경쟁력이 타사에 비해 월등하면 월등하지 그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서치펌 통한 이사회 추천 향후 증가할 전망
한국에선 사외이사 겸직에 제한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서치펌을 통한 이사회 서치 사례가 많지 않았다.
앞으로는 해당 분야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먼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됐는데, 교수나 변호사를 뺀 현업 출신 여성 C레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는 투자자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경쟁력 있는 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의견을 개진하는 추세인데, 이 역시 서치펌을 통한 경쟁력 있는 이사회 추천 추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사외이사를 희망하는 후보자들에게 의미하는 건 ‘인맥에 기대지 않아도 현업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향후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능하기만 하다면 이사회 경험을 하루라도 빨리 쌓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에선 이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무보수로 NGO(비정부기구)를 거치는 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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