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채무를 면하는 것도 부당이득에 해당될까?

경기일보 2024. 6. 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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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이익을 얻고’라는 개념에 타인의 재산으로 나의 채무를 면하게 되는 것도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A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A에게 전화해 A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A의 은행 계좌에서 B에게 부여된 C 카드회사의 가상계좌로 100만원을 이체했고, 위 돈은 B의 C 회사에 대한 신용카드 대금으로 결제됐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는 C 카드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카드회사의 악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A는 피싱범에게서 송금을 받은 B를 상대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1심과 2심은 A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 법원은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해(즉, B가 A에게 송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A의 계좌에서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직접 이체돼 B는 위 돈을 만져본 적도 없다는 취지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B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즉, B가 자신의 신용카드 대금 채무이행과 관련해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된 A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A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 B가 얻은 이익은 위 돈 자체가 아니라 위 돈이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돼 자신의 카드 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했는지는 B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닌데도,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B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정한 하급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 결론적으로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은 재산의 소극적 증가도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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