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시켜야겠다"…KBO 역대 2번째 '2000K' 위업보다, 연패 탈출에 집중했던 대투수의 '책임감'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책임감 많이 느꼈던 경기였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4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역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IA의 팀 분위기는 너무나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 사직에서 롯데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무려 7년 만에 5연패의 늪에 빠졌던 까닭. 양현종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는데, 에이스는 역시 에이스였다. 양현종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2000탈삼진의 고지를 밟는 등 타격감이 한껏 올라와 있는 롯데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묶어냈다.
양현종은 1회 윤동희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고승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으나, 포수 김태군의 도루 저지 도움을 받으며 두 번째 타웃카운트를 생산, 후속타자 손호영을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빅터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뒤 나승엽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성을 5구 승부 끝에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이 삼진을 통해 양현종은 마침내 2000탈삼진의 고지에 올라섰다.
양현종인 이날 만 36세 3개월 5일의 나이로 2000탈삼진을 달성하게 되면서, KBO리그 최초로 2000탈삼진을 쌓은 송진우(前 한화, 42세 3개월 21일)의 기록을 무려 6년 앞당기게 됐다. 그리고 내친김에 10년 연속 100탈삼진에 도전한다. 양현종은 앞으로 47개의 삼진만 보태면 이강철(前 해태 타이거즈, 現 KT 위즈) 감독, 장원준(前 두산 베어스)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양현종은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이정훈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순항했다. 첫 실점은 3회였다. 양현종은 이닝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손성빈에게 3루타를 맞으면서 위기 상황에 놓였다. 양현종은 침착하게 후속타자 박승욱에게 중견수 방면에 뜬공을 유도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평범한 뜬공 처럼 보였던 타구를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놓치게 된 것. 희생플라이가 됐어야 할 타구는 1타점 인정 2루타로 연결됐다.
양현종은 이어지는 무사 2루에서 윤동희를 2루수 직선타, 고승민을 1루수 땅볼로 요리했는데, 후속타자 손호영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게 됐다. 그래도 양현종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4회에는 나승엽-김민성-이정훈을 깔끔하게 묶어내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리고 5회 이번에도 손성빈에게 솔로홈런이라는 일격을 당했으나, 이어 나온 타자들을 군더더기 없이 막아냈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양현종이 퀄리티스타트로 최소 실점 경기를 펼친 것은 KIA의 짜릿한 재역전승으로 연결됐다. KIA는 6회말 공격에서 김선빈이 천금같은 동점 홈런을 터뜨린 이후 8회말 김도영의 솔로홈런과 김선빈의 결승타를 바탕으로 5-4로 신승을 거뒀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연패에서 벗어났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통산 2번째 20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6이닝을 책임져준 게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연패 탈출이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에이스의 책임감이 빛났던 경기. 양현종은 "팀이 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고참으로써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던 경기였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길게 가져가며 뒤에 나오는 투수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며 "포수 김태군과의 배터리 호흡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 연패 탈출도 의미 있었지만, 2000탈삼진으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만들어낸 양현종. 그만큼 꾸준했던 모습이 만든 위업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2000탈삼진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물론 기록 달성 자체가 기쁘기도 하고 대기록이기도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달성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통산 최다 탈삼진도 마찬가지로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만 꾸준히 던진다면 언젠간 달성할 기록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양현종은 선발 투수로서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는 최다 이닝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래서 투구 이닝에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고, 선발 등판을 하게 되면 항상 긴 이닝을 던지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탈삼진이나 이런 기록들은 결국 긴 이닝을 던지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기록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오후 12시 40분께 2만 5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최근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대투수는 "연일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주시는데,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었다. 이제 연패를 끊어 냈으니 더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다. 챔필을 항상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드리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