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굴지 업체는 철수, ‘석유 시추’ 국민적 의문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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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며 탐사 시추 계획 승인 사실을 발표한 이후, 이번 정책 결정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적정 위험도 범위 내의 채굴 성공 확률로 묻혀 있다면 탐사 시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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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며 탐사 시추 계획 승인 사실을 발표한 이후, 이번 정책 결정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굴지의 에너지기업인 우드사이드가 2023년 1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해당 구역에서 철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1954년 창립 이래 자원개발을 전문적으로 해온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15년간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탐사 작업을 벌여왔다. 이후 우드사이드는 더 이상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구역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여기에 한국의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 등도 포함된 것이다. 정부는 우드사이드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기존 사업 재조정에 들어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해당 광구의 사업성이 높았더라도 철수를 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의문은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우리 정부에 제시한 액트지오의 신뢰도 논란과 맞물려 한층 커진 상태다. 대통령 발표 당일부터 본사 주소지가 일반 주택으로 돼 있고, 연평균 매출이 3천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증 역량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엑손모빌 출신이자 미국 퇴적지질학회장을 지낸 창업자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우드사이드 철수 뒤 그간 축적된 탐사자료 등을 의뢰했는데 액트지오의 분석으로 새로운 결과를 얻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판단을 업력이 짧고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회사에 전담시켜도 되느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석유공사는 7일 아브레우 고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가장 큰 관심은 최대 140억배럴의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와 시추 성공 확률을 20%로 본 근거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적정 위험도 범위 내의 채굴 성공 확률로 묻혀 있다면 탐사 시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런 판단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제대로 검토해서 이뤄진 것인지부터 규명돼야 한다. 이번 탐사는 수심 1000m 안팎의 심해에서 이뤄지는 탓에 시추 한번에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성이 담보되려면 매장량이 충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어설픈 ‘깜짝’ 발표로 아직 가능성 단계인 유전 탐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걱정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 업체와 실무선에만 미뤄둘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제기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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