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맡겼더니 연 수익률 55.8%” 퇴직연금 시장 노리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 핀트·파운트·콴텍, 고객 모시기 박차
매일 수익률 확인하고 위험관리모듈 등 안전장치도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지난해 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던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은행·저축은행 예금금리가 크게 낮아져 투자 대기 자금이 급증한 가운데, 연 수익률이 높게는 50%를 넘는 등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RA 상품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 4분기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 금융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 산하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회사의 전체 RA 계약자 수는 30만9506명으로, 지난해 12월 말(29만2532명)보다 1만6974명 증가했다. 이중 자문일임사 계약자 수는 2만9411명에서 15만246명으로 급증했다. 3월 한 자산운용사가 자문일임사로 업종을 바꾸면서 계약자 수가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자문일임사의 RA 시장 내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운용금액 또한 업계 전체(테스트베드 통과)는 7579억1000만원에서 8244억4000만원으로 늘었다. RA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월 1조9425억9000만원까지 확대됐지만, 은행권 고금리 수신 경쟁과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지난해 말까지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후 올해 들어 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자문일임사가 운용하는 자금 또한 지난해 12월 말 1186억3000만원에서 2766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3.44%)와 코스닥(4.49%)이 모두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RA 알고리즘의 평균 수익률은 3.85%~6.85%로 국내 주가지수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 서비스가 가능한 알고리즘은 매일 테스트베드 센터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데,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핀테크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5일 기준 운용 수익률을 살펴보면 콴텍의 ‘콴텍 Q-Macro Rotation 국내주식 공격투자형3’ 상품의 연환산 수익률이 55.8%로 가장 높았다. 적극투자형 상품으로, 2022년 11월 운용개시됐다.
콴텍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평균 투자금액은 795만원으로, 올해 4월엔 852만원까지 규모가 늘었다. 전체 자산관리 규모 또한 같은 기간 272억원에서 296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2월 기준 콴텍이 보유한 알고리즘은 총 58개로, 2월 21일 기준 연환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콴텍은 초개인화 자산관리 솔루션 ‘큐 엔진(Q-Engine)’을 통해 투자자 성향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데, 투자 이후엔 위험관리 모듈 ‘큐엑스(Q-X)’가 실행돼 이른바 ‘손절 타이밍’을 자동으로 잡아낸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 발발 초기 큐엑스가 위험관리 1단계와 2단계를 적용해 하락장에서 투자자의 자금을 회수하고, 장이 개선되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위험관리 단계를 해제해 다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식이다.
또 콴텍의 투자 상품별 분리 관리 기능인 ‘TAMS(Total Account Management System)’도 눈여겨 볼만 하다. 기존 금융권에선 한 금융사 계좌를 개설하면 20일이 지난 뒤에야 다른 금융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콴텍은 자체 개발한 미니원장 기술인 TAMS를 활용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최초로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설립돼 올해로 9년의 업력을 이어가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파운트도 알고리즘 엔진 ‘블루웨일’을 통해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엔 하나은행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금융사와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자문일임사 파운트 투자자문의 자산관리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512억원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파운트의 ‘블루웨일(ETF) 2.0 [소비재적극4]’ 알고리즘의 경우 연환산 수익률이 18.94%에 달한다.
데이터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도 장투 고객의 선호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1년에서 2년동안 투자한 고객이 핀트를 통해 10~20% 수익을 얻은 경우는 43%에 달했다. 핀트 투자 고객의 일임계좌 잔고 총액도 3701억원에 육박한다.
고객 1인당 평균 투자액이 2020년 178만원에서 2024년 4월 기준 468만원으로 163% 증가했으며, 핀트에서 3년 이상 운용한 고객 중 수익 계좌 비중이 94.99%를 차지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RA 일임 서비스 계약자의 약 80%가 핀트 고객으로, 전체 운용 금액 중 56%에 달하는 금액을 핀트가 운용 중이란 설명이다.
핀트는 또 최근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설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시작했다. 투자 자문 서비스 ‘테마 투자’를 이용하면 이 계좌를 개설해 수익을 얻고 절세 효과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 RA 퇴직연금 일임 운용 금융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1분기 들어 업계가 성장세로 전환하고 금융시장 상황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꾸준한 시장 규모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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