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원구성 파행’… 민주, 의석수로 상임위 독식할까
법사·운영·과방위 쟁탈전 평행선
野, 18개 중 11개 우선 선출 검토
“‘상임위의 상원’ 법사위 힘빼기 등
반복되는 갈등 보완책 필요” 지적
“여야 협치의 자세 회복이 본질”
“과반 의석 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다 맡도록 하면 협상 필요 없이 그냥 바로 해결이 된다.”
18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한창이던 2008년 7월22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번에 미국 민주당이 1석 많아서 전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힘자랑을 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22대 국회에선 공수만 바뀐 채 민주당이 171석을 앞세워 법제사법·운영·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독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우선 상임위’, ‘양보 상임위’ (등을 고려해) 11개 상임위를 잘 조율해서 법대로 내일까지 제출할 것”이라며 “저쪽(국민의힘)에서 낼지, 안 낼지, 늦게 낼지 등에 따라 법대로 따박따박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야권 의원들만 참석한 첫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거대 야당이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며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간다”고 항의했다.
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4년 전 21대 국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민주당은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대한민국 국회는 사실상 없어졌고 일당독재, 의회 독재가 시작됐다”(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상호 관용과 자제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과 함께 원 구성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막대한 권한을 가져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뇌관이었던 법사위 기능을 분산하거나 약화하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가져 본회의 표결 전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진다. 법사위원장을 가진 당은 상대 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을 막기 위해 법사위에 묶어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한을 정하거나, 체계·자구심사만을 담당하는 상임위를 신설하거나, 각 상임위가 법안을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들이 제시되곤 했다.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은 “각 상임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못 할 정도의 무능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위원회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법사위가 이를 행사하며 법사위원장이 특별한 권한을 갖게 됐다”며 “그런 것들 때문에 입법 과정이 굉장히 소모적으로 이루어지는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인 개선보다 여야가 협치의 자세를 회복하는 게 본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야가) 손해와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걸 찾는 게 정치력”이라면서도 “의석이 너무 차이가 나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 구성 법정 시한(7일 자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날까지도 입장을 좁히지 못하자 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법사·운영·과방위원장 포함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까지 민주당이 독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관·배민영·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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