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푸틴 위협 악순환 '강대국 충돌'로 번지나
서방 무기 제공에 파병론도 꺼지지 않아
러시아 핵 사용 가능성 거듭 경고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강대국 사이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커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자신들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움직임을 보이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주요 외국 통신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 제공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움직임에 대해 “그들이 우리 영토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그러한 무기를 전투 지역에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상대) 국가의 민감한 시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동일한 유형의 무기를 세계 일부 지역에 공급할 권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새로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재래식 무기로 공격받아도 존립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핵무기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 핵 정책을 언급하며 또다시 핵 위협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서방에 대한 비판과 위협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속됐지만 최근 양쪽의 직접 충돌 위험이 커지며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동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아르마비르 기지, 그리고 같은 달 26일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770㎞ 떨어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지역인 오렌부르크의 오르스크 기지에 있는 러시아의 핵 조기 경보 시스템을 드론(무인기) 등으로 공격했다. 이 기지들에는 서방의 핵무기 발사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핵 조기 경보 시스템 공격이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러레이터 싱크탱크의 드미트리 알페로비치 안보분석가는 이 신문에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서방이 지도했다는 잘못된 확신을 러시아가 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 억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서방과의 위험한 상황 격화를 야기할 잠재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자국 핵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한 공격을 핵 보복 공격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러시아 국방부는 남부 군구에서 전술 핵무기 사용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훈련을 한 남부 군구에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러시아 핵 조기 경보 시스템 기지도 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전술 핵무기 훈련 실시를 밝히면서 낸 성명에서 이번 훈련은 “러시아연방에 대한 특정 서방 관리들의 도발적인 성명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프랑스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나타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발간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한 회견에서 “러시아가 최전선을 돌파하고 우크라이나가 요청해온다면 우리는 당연히 스스로 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라며 프랑스군 파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초부터 서방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과 서방 국가 군 파견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공격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러시아군이 최근 격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반격에 한정한다는 조건이 붙었으나, 미국 관리들은 공격 범위 확대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장거리 미사일 공격 모두는 나토 군사요원에 의해 직접 통제되고 있어, 우리를 겨냥한 참전”이라며 “개전 사유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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