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도 우려한 성평등 퇴행, 여가부 장관 임명해야

한겨레 2024. 6. 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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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일부 부처 개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성평등 현실과 최근에도 잇따르는 교제 살인 등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 보면, 여가부를 장관 없는 '식물 부처'로 지속시키는 것은 국정 방기나 다름없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지난 3일(현지시각)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여가부 예산의 급격한 감소, 여성에 대한 퇴행적인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며 "(여가부) 장관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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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민 단체 연대체인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전국행동)이 지난 2월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여성가족부 정상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전국행동 제공

대통령실이 일부 부처 개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2년 이상 재임한 장관들이 교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을 한다면 총선 민심을 반영해 비정상적 국정을 쇄신하고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100일 넘게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은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성평등 현실과 최근에도 잇따르는 교제 살인 등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 보면, 여가부를 장관 없는 ‘식물 부처’로 지속시키는 것은 국정 방기나 다름없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지난 3일(현지시각)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여가부 예산의 급격한 감소, 여성에 대한 퇴행적인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며 “(여가부) 장관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제9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를 검토한 뒤 내놓은 최종 견해(권고안)에 담긴 내용이다. 여성차별철폐위는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크게 늘릴 것”까지 주문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실행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에 여가부는 5일 “장관 임면권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국제기구에서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여성차별철폐위는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여가부의 정상적인 운영을 권고했을 뿐 특정인 임명을 요구한 게 아닌데 엉뚱하게 인사권 간섭을 들먹이고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190여개 국가가 비준한 보편적 국제 규범이다. 그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인 여성차별철폐위로부터 권고를 받았으면 겸허히 수용하는 게 선진 국가의 태도다.

역대 가장 높다는 22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2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8%(2023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데서 보듯 성별 간 불평등은 여전히 개선이 시급하다.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138명에 이른다는 보고서(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 게이지’)가 나올 정도로 여성에 대한 직접적 폭력도 후진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 극복에서도 성평등 차원의 접근이 핵심적이다. 이렇게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여가부를 대안도 없이 고사시키고 있으니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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