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쓸어담는 TSMC... 稅지원 끊기는 K반도체

김준석 2024. 6. 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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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울어진 운동장
美·日 이어 대만정부도 세액공제
TSMC 年 1조 감면 혜택 받을듯
K칩스법은 정쟁 밀려 연말 폐기
업계 "페널티 떠안고 경쟁하는 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대만판 칩스법'의 수혜까지 받으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장비 투자에도 세액공제를 약속한 대만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TSMC의 초미세공정 리더십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반면,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올해말 일몰을 앞둔 가운데 여야 정쟁의 벽에 부딪히면서 용인 클러스터를 비롯한 대규모 국내 투자에 나섰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만 정부 전폭 지원 받는 TSMC

6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와 미디어텍을 포함한 4개사가 올해 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신청을 받은 '산업혁신조례수정안 제10조 2항'(대만판 칩스법)에 접수했다. 현지 매체들은 대만 경제부가 △제품 수준 △글로벌 점유율 및 순위 △수출입 기여도 등을 심사 지표로 삼아 7월 중·하순 심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해 8월 대만판 칩스법의 시행규칙 격인 '기업의 미래지향적 혁신 R&D 및 첨단 공정장비 지출에 대한 투자감면방법'을 공표했다. 시행규칙에서 정한 신청 기업 자격요건은 △R&D 투자액 60억대만달러(약 2500억원) 이상 △순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 6% 이상 △유효세율 12% 이상(추후 15%) △첨단 공정용 설비투자액 100억대만달러(약 4200억원) 이상 등이다. 연합보 등 현지매체들은 R&D 투자액·투자비율 등 대만판 칩스법 혜택 제공요건이 까다로워 이에 부합하는 기업이 △TSMC △미디어텍 △리얼텍 △델타전자 등 9개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판 칩스법 수혜 기업은 R&D 투자에 대해 투자액의 25%, 첨단 공정용 설비투자의 경우 투자액의 5% 감면 혜택을 받는다. 현지매체들은 이번 혜택으로 TSMC가 연간 약 1조2000억원이 넘는 절세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20일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도 TSMC에 든든한 뒷배가 될 전망이다. 라이 총통이 후보시절 제안한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실리콘밸리 계획'은 이미 지난 2월 첫 삽을 떴다. 대만 행정원은 1605㏊(1만㎡)에 달하는 과학단지용 신규 부지 마련 및 대만판 실리콘밸리 계획을 위해 올해 약 200억대만달러(약 8418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4년간 1000억대만달러(약 4조2000억원) 이상 공사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라이 총통은 내각 초대 경제부 장관에 TSMC의 소재·장비 납품 협력사인 톱코그룹의 궈즈후이 회장을 지명하며 반도체업계 전폭 지원에 나섰다. 정치인과 정통관료 출신이 아닌 기업인 출신이 대만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중책인 경제부 장관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불씨 꺼져가는 K칩스법

TSMC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올해 일몰이 예고된 가운데 연장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 연장안)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대표적인 반도체 지원 법안들이 최근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K칩스법은 시설투자비의 15~25%, R&D의 30~50%를 기업에 돌려주는 제도다. 오는 2030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중국 등 경쟁국이 반도체 투자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을 기업에 직접 지원해 세액공제로는 지원이 부족했다"면서 "그나마 세액공제마저 없어진다면 국내 기업만 페널티를 받고 경쟁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 총성 없는 전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530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반도체법을 통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달 반도체 굴기의 일환으로 3440억위안(약 65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민관 부문을 합해 642억달러(약 88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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