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없애자’ 제안에 EPL 떨고 있나?…“오심 100번도 넘을 것”

김화영 2024. 6. 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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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 리그 최초 4연속 우승부터, 클롭 감독의 라스트 댄스. 애스턴 빌라의 41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손흥민의 세 번째 10-10 달성까지. 기억에 남는 서사들을 가득 남긴 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막을 내린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EPL에 남은 이른바 '연말정산'은 꽤나 골치가 아픕니다. 시즌 막바지 '앞으로 비디오 판독(VAR)을 폐지하자'는 한 구단의 제안으로, 자칫 축구 역사가 뒤바뀔 표결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VAR 폐지하자!' 요청…왜?

해당 제안을 한 구단은 황희찬이 뛰고 있는 울버햄프턴입니다. 울버햄프턴은 이번 시즌 유독 VAR과 악연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11월 풀럼과의 경기, 애매한 상황에서 주심이 넬송 세메두의 파울을 불면서 풀럼에 페널티킥을 내줬는데, VAR 판독실에서도 정정되지 않으면서 역전패를 떠안았습니다.

올해 5월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는 울버햄프턴 막스 킬먼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지만, VAR을 통한 파울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돼 승점을 잃었습니다. 해당 결과에 흥분한 울버햄프턴 게리 오닐 감독이 경기 후에도 주심에게 항의를 이어가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기소되기까지 했습니다.

울버햄프턴 게리 오닐 감독 (출처: 로이터)


실제로 글로벌 매체 'ESPN'도 EPL에 VAR이 도입된 후로 다섯 시즌 동안 VAR이 경기 결과에 미친 영향을 점수로 환산했을 때, 울버햄프턴이 -17점으로 20개 구단 중 가장 손해를 많이 입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닐 감독 역시 VAR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VAR이 처음 도입됐을 땐 축구계에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지만, 그런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현 상황에서 저는 VAR이 폐지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2주마다 이곳 몰리뉴 스타디움(홈 경기장)을 오지만 VAR에 대한 홈팬들의 마음은 분명합니다. VAR은 경기를 보는 팬들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달 울버햄프턴은 'VAR 폐지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리그에 공식적으로 제출했습니다. 앞서 오닐 감독이 말한 것처럼 '선의'로 도입됐던 VAR이 오히려 팬과 축구 사이의 관계를 손상하고,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오늘 대망의 표결…EPL 사무국 떨고 있나?

울버햄프턴이 낸 결의안은 오늘(6일) 영국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연례 총회(Premier League Annual General Meeting, PLAGM)의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시즌이 마친 뒤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총회인데, 이러한 '규정 변경' 내용을 담은 안건이 통과되려면 3분의 2 이상(또는 14개 구단)의 찬성표가 필요합니다.

현지 매체들은 실제로 VAR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다고 분석합니다. BBC 스포츠는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토트넘은 VAR의 유지는 원하지만, VAR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리버풀 역시 VAR 폐지 추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표결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BBC에 따르면, EPL 사무국은 어제(5일) 연례 총회를 앞두고 20개 구단에 VAR의 존속 필요 이유를 설명하는 문서를 보냈습니다. BBC가 보도한 해당 문서에 적힌 'VAR이 필요한 이유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VAR을 폐지하면 경기 중단과 지연은 줄어들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고 승부를 결정짓는 잘못된 판단들이 한 시즌당 100차례 이상 나올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이번 시즌 VAR 관련 오심은 5번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022-23시즌 당시 오심 수(11번)보다 더 적습니다."

"유럽에서 프리미어리그만 VAR이 없어진다면, 리그의 명성에도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영국 심판들이 UEFA나 FIFA 등 중요한 국제대회 경기에 배정받지 못할 것입니다."

■'길어지는 판독 시간'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VAR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판독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판독 시간이 길면 길수록 직관을 하거나 중계를 보는 팬들 모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경기 흐름도 지나치게 끊긴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해당 보고서에선 2022-23시즌 평균 40초였던 비디오 판독 시간이, 2023-24시즌 64초로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판독 시간이 늘어난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토트넘과 리버풀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오심의 영향을 꼽기도 합니다. 당시 VAR 판독을 두고 주심과 판독실 간에 소통이 엇나가면서 오심이 발생하자,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심판진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란 분석입니다.

일단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다음 시즌부터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황. 이를 통해 판정에 대한 정확도뿐만 아니라 판독 시간 단축도 기대해볼 수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밖에 VAR 판독 대상이 되는 득점 상황과 관련한 파울 여부, 페널티킥, 퇴장에 대한 판정 등은 여전히 판독 화면을 바라보는 주심의 '시선'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걸리는 시간에 따른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심판이 관중에 마이크를 통해 직접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In-game VAR announcement)'을 도입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뒤흔들 결정이 나올 수 있는 오늘의 총회. 울버햄프턴의 강한 호소가 다음 시즌 손흥민과 황희찬이 뛸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20개 구단의 표심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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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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