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대량으로 찍어내는 양산형?… 스스로 생각하는 `AI 車` 온다
현대차, 소프트웨어 중심 AVP본부 신설… 하드웨어와 분리 개발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서 셀 방식 공법으로 '맞춤형 수요' 대응
LG '차량용 웹OS'·스트라드비전 '3D퍼셉션' 등 협력사 SDV 전환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가 화두다. 쉽게 말해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유사한 개념인 데, 성능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도 스마트폰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즉 소프트웨어(SW)가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 과정도 전환돼 대량 생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지고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사들, 나아가 IT·SW 업체들도 SD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모빌리티의 개념이 SW가 중심이 되면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SDV 역량 쏟는 현대차그룹
SDV는 스마트폰과 같이 SW가 모빌리티의 핵심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이 중심이 된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기아 AVP(미래자동차플랫폼)본부장은 올해 초 CES 2024에서 SDV를 'AI 머신', 즉 스스로 배우고 개선하는 기계로 비유했다. 자동차를 끊임없이 차량 정보부터 주변 환경을 학습하는 지속적인 러닝 머신이자,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고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데이터 머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차량 내에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하는 것이 한 예로, 스마트폰의 앱 구동 등을 차량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처럼 원격(OTA)으로 차량을 업데이트 해 항상 최신의 차로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에는 이러한 차량 내 경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SDV는 스마트폰을 경쟁 상대로 봐도 무방하다.
포티투닷은 현재 고도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SDV OS(운영체제)를 개발 중으로, 내년에 이를 선보이고 2026년부터 차량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지고 자율주행 기술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SDV를 중심으로 차량 내 경험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SDV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SW와 하드웨어(HW)로 구분했다. 양사는 기존 SDV본부를 폐지하고, 대신 소프트웨어 중심의 AVP 본부를 신설했다. AVP 본부 산하에는 기존 CTO 산하의 META(모빌리티, 엔지니어링&테크, 엑셀러레이션) 담당 조직과 차량SW담당 조직, SDV본부 내 연구개발 조직이 편제됐다.
조직개편에 앞서 송 사장은 작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SW와 HW를 분리 개발해야 한다는 디커플링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올해 열린 CES 에서도 SDV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런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 연장선으로 현대차그룹은 양재사옥, 강남사옥, 남양연구소 등에 흩어져 있던 SDV 인력을 판교2테크노밸리로 이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두뇌는 포티투닷, 제조 혁신은 싱가포르 혁신센터
현대차그룹은 SDV의 두뇌격인 'SW'를 포티투닷에 맡겼다면, 제조 공정에서도 이에 맞추기 위한 셀 방식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선보였다.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그 예로, 미 포드가 100여년 전 세계 최초로 구축한 컨베이어벨트의 '대량 생산'(포디즘) 시스템을 탈피했다.
HMGICS는 제조 공장의 테스트 베스 격으로 현대차그룹의 당장 모든 제조 공정이 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맞춤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방식을 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퍼스트 무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셀 방식 제조 공법을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생산 전용 공장인 기아 오토랜드화성에 우선 접목해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과 공존시킬 계획이다.
셀 방식은 생산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장 관리부터 물류 등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HMGICS는 물류 65%, 조립 공정은 46% 수준의 자동화가 이뤄졌으며, 앞으로 10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레벨5 수준의 자율 공장이 구축되면 생산 시스템 내에서 데이터 확보하고 분석해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세워 자율 조치를 하게 된다. 현재 HMGICS의 자율 단계는 레벨4~5 수준이다.
우선 하나의 셀에는 4개의 로봇팔이 움직이며, 조립 전에는 3D 센서를 통해 0.1㎜ 이내의 오차범위로 차량을 스캐닝 한다. 하나의 셀당 필요한 작업자는 단 1명이다. 차체를 포함해 조립에 필요한 부품은 AGV(무인운반차량)과 AMR(자율주행로봇)이 맡고, 조립된 차량의 품질 검사는 로봇개 '스팟'(Spot)이 맡는다. 스팟은 각 작업자를 따라다니면서 15장의 이미지를 찍고 38개의 검사를 하게 되는데, AI로 시시각각 판단해 현장에서 즉시 피드백이 이뤄진다.
공장 관리는 종합상황실의 역할을 맡은 디지털커멘트센터(DCC)가 책임진다. DCC 내에는 수십개의 모니터로 공장 내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내역을 데이터화 한다. 만약 어느 공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즉시 확인하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인력 운용을 최소화하면서 문제가 날 경우 즉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 휴먼 에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협력사도 SDV 역량 강화…'선두' 테슬라 추격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사와 SW 스타트업들도 SD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다음달부터 본격 출시될 기아 EV3에는 LG전자의 '차량용 웹OS'가 탑재된다. LG전자는 스마트 TV OS를 기반으로 차량에 특화한 웹OS를 개발했으며 LG채널,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등 12개 전용 앱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 AI 기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스트라드비전은 현재 객체 인식(인지) SW인 SVNet를 글로벌 주요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전을 오차 범위를 대폭 축소한 '3D 퍼셉션' 기술을 도입하면서 SDV 전환에도 탄력을 붙였다. SVNet에 새 기술을 적용하면서 암(ARM)코어 기반의 CPU 사용량도 기존 20% 수준에서 7%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시켰는데, 암코어를 소량만 사용하다보니 다른 앱을 그만큼 원활하게 돌릴 수 있다. SDV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SVNet의 지속적인 성능 개선도 가능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SDV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테슬라는 SDV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꼽힌다. 테슬라는 애플 출신들이 대거 넘어가 소위 '자동차의 IT화'를 주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송창현 사장은 올해 CES에서 "테슬라도 대부분 애플에서 많이 건너가 시작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는 자체 기술에 있어 IT·테크 기업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했다"며 "(SDV는)테슬라가 처음으로 정답을 보여준 회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폭스바겐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지분 4.99%를 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샤오펑과의 협력으로 전기차 개발과 더불어 SW·자율주행 기술을 높이는 등 SDV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빌아이와 손잡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등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차엔 모빌아이의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이르면 2026년쯤 출시가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도 애플카 프로젝트의 핵심 인재를 영입하며 SDV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으며,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를 글로벌 시장에 도입해 SDV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3대 완성차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협력한다. 반도체, 시뮬레이션, 생성형 AI, 라이다 등에서 협업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효율성은 높여 SDV 전환을 앞당긴다는 목표다. 이 기술이 적용된 SDV 차량은 내년 시장에 공개될 예정이다.
장우진·임주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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