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잠깐만요, '비상금 통장' 깨고 싶으세요?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6. 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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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수익률 안전성 천차만별 재테크
어떤 목적에 쓰이는지 파악해야
목적 없이 쌓아두기만 해도 문제
용도 설정 잘못하면 손해볼 수도

펀드, 주식, 예적금 통장…. 이들을 어떤 용도로 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없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각각의 상품이 가진 특성에 맞춰 용도를 설정해야 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때 모은 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비상금이 필요해 눈물을 머금고 적금을 깨는 상황처럼 말이다.

재테크 상품의 특성에 걸맞게 용도를 설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후 줄곧 재테크 없이 저축만 해온 황희준(가명·44)씨와 박희영(가명·41)씨 부부. 두 사람은 지인들이 부동산·암호화폐 등 투자에 성공해 순식간에 목돈을 번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졌다. 자신들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 채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쉼 없이 일만 하며 살아왔다. 푹 쉬었던 때라곤 딸(12)을 낳은 후 3개월 출산휴가를 받은 게 전부였다. 부부는 남들 다 간다는 유럽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 열심히 돈을 모아 자가 빌라(시세 3억1000만원)를 마련하긴 했지만, 효과적으로 돈을 불리지 못해서인지 노후와 자녀 양육비를 준비하지 못했다.

매월 52만원씩 갚아 나가는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3000만원)도 고민거리였다. 현재 부부는 답을 찾기 위해 필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를 간단히 되짚어보자.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590만원이다. 남편이 350만원, 아내가 24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37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8만원, 금융성 상품 110만원 등 585만원이 발생한다. 한달에 5만원씩 남기고 있다.

부부는 자녀 양육비와 노후 준비, 대출금 상환에 집중하길 원한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노후 준비 비중을 많이 늘리기로 했는데,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여유자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부부는 2차 상담에서 총 143만원의 지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은 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제 부부를 위한 맞춤 솔루션만 짜면 된다.

그러기에 앞서 부부의 금융성 상품을 살펴보자. 총 3개의 적금에 가입한 부부는 각각 50만·40만·10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빌라를 구입한 후 남은 저축액을 3개의 통장에 쪼개서 저축하고 있었다.

아울러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에도 월 5만원씩을 붓고 있다. 50만원짜리 적금은 만기 때마다 대출금을 상환하는 용도로 쓰이고, 10만원 적금은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용도다. 이밖에 월 5만원씩 납입하는 예금도 있다.

문제는 40만원짜리 적금이다. 비상금 용도로 모으고 있는데, 그렇게 쓰기에 적금 통장은 효과적이지 않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 금액만 인출할 수 있어서다. 돈을 찾으려면 적금을 해약해야 하는데, 그러면 약속했던 이자를 받을 수 없으므로 손해가 생긴다.

예금은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으므로 반드시 원금을 잃어선 안 되는 상황에서만 활용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 목적 없이 예금 통장(5만원)에 돈을 두는 것도 좋은 판단이 아니다. 예금은 안전하지만 재테크 중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이다. 차라리 이 돈을 주택담보대출금 용도로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렇듯 자신의 재무 목표에 알맞은 재테크를 고르는 건 무척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부부는 예금 통장에 납입하는 걸 중단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여유자금이 148만원에서 153만원으로 조금 더 늘었다.

자! 이제 솔루션을 짜 보자. 노후 대비를 위해 부부는 개인퇴직계좌(ETF)와 연금저축펀드에 각각 30만원씩 총 6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둘 다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세금 공제가 탁월한 상품이므로 여유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다음 연금보험에도 30만원씩 납입한다. 이 상품은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춘 보험 상품으로, 연금 수령시 15.4%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연금보다 좀 더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납입액 한도가 없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노후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엔 자녀 교육비를 보자. 10만원짜리 적금통장 하나만으론 수험생이 됐을 때의 사교육비부터 대학 등록금까지 감당하기는 조금 버겁다. 이를 고려해 부부는 적립식펀드에 월 33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적립식펀드도 다른 투자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소액으로 펀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하거나 납입액을 줄이는 식으로 완급도 조절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을 낼 확률이 늘어나는 상품이어서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용도로 쓰기 적절하다. 물론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란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부부는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엔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비상금 마련을 위해 CMA 통장을 개설해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 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상품임에도 은행 통장처럼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돈을 찾을 수 있어서 비상금 용도로 쓰기에 적격이다.

원금 손실의 리스크도 비교적 작다. 투자 등급 A 이상의 국공채나 금융채,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초저위험 등급 상품이라서다. 또 하루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단기 수익을 낼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53만원을 노후 준비(ETF 30만·연금저축펀드 30만·연금보험 3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33만원), 비상금 마련(CMA 통장 30만원) 등에 골고루 안배했다.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게 큰 성과다.

주택담보대출금을 모두 갚고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면 2개의 적금(총 90만원)과 적립식 펀드를 노후 준비로 돌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의 은퇴 후 삶이 계속해서 탄탄해질 거란 얘기다. 그날이 올 때까지 지금 설정한 솔루션대로 잘 생활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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