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민 푸틴 “한·러 관계 회복 준비”

이민경 2024. 6. 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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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5기 푸틴, 서방언론 등 초청 질의응답
“우크라에 무기 공급 안 해 감사”
공개적으로 우호적 태도 보여
韓엔 상황 관리, 北에 밀착의지 강조
서방, 우크라 무기 지원 땐 맞불 시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은 한국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highly appreciate)”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북한·러시아의 군사협력 등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에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라흐타 센터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연합뉴스
집권 5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주요 외국 통신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한·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은)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며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의 관계 악화 방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국 관계 악화에 대해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도록 강요받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냉각된 한·러 관계에 대한 한국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 셈이다.
◆“한·러 관계, 韓 지도부 선택에 달려… 미국 등 위협에 北 핵실험하는 것”

푸틴 대통령은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러 밀착 입장을 못 박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그는 현재 북한 답방을 추진 중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위협을 받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게 핵 실험뿐이라며 북한을 두둔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과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시험 발사장도 해체했다. 합의했을 뿐 아니라 실행했다”며 “그들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미국은 일방적으로 드러내놓고 합의를 위반했고, 당연히 북한도 합의 밖으로 걸어나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은) 내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그들이)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이 서방제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것에 대해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서방 국가를 겨냥할 러시아산 장거리 미사일을 다른 나라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누군가 우리 영토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전쟁 지역에 그러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방의) 민감한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지역에 같은 등급의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등을 지원한 국가가 무기를 통제하고 목표물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또한 ‘맞불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맞대응한 것이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됐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방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데 우리에게는 핵 정책이 있다”며 “만약 누군가의 행동이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우리 처분대로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도 중국과의 경제·안보 밀착과 미국 대선, 이란 핵 협상 등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3시간 넘도록 말했다. 향후 20년 안에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제국주의 야망이 없다”며 ‘헛소리’라 선을 긋기도 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이 주최하는 푸틴 대통령과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의 만남은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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