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점 돈 '크래시', ENA 웃는 이유
교통 범죄 향한 대중 관심 증가
'모범택시' 연출한 박준우 감독의 노하우 톡톡
ENA '크래시'가 조용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5%까지 상승할 정도로 시청층 유입을 이끌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특히 '선재 업고 튀어' 종영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내 최초 교통 범죄를 다룬 이 이야기는 범죄 소재의 무게감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2049세대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히어로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경찰들의 고군분투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ENA 채널의 행보는 꽤 이례적이다. 타 방송사들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신생 채널의 한계 속에서 꾸준히 화제작을 내놓고 있다. 대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 채널 뿐만 아니라 범 채널을 포함해 그 해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존재는 ENA를 알리는 최고의 홍보 수단이 됐으나 그 이후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대체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역시 ENA의 아쉬운 순간이기도 하다.
최근 시청률 분석 추세가 달라진 것은 ENA에게는 청신호다. tvN '선재 업고 튀어'의 경우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5%가 최고 수치지만 '눈물의 여왕'과 비견하는 화제성을 자랑했다. 이런 점에서 ENA 월화극 '크래시'도 조용히 호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1회 2.2%로 시작했던 '크래시'는 경쟁작 '선재 업고 튀어'와 맞붙으면서도 5%까지 끌어올렸다. '선재 업고 튀어'가 먼저 종영하면서 많은 이들이 '크래시'의 본격적인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크래시'의 메인 소재는 '교통 범죄'다. 매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범죄 사례가 등장하는데 현 시대에 가장주목 받는 아이템들이다. 보험금을 노린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이나 킥보드 사건 등 큰 사건들이 실제 뉴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익숙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가운데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이 몰입을 더하고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장르인 '다크 히어로물'에서는 이미 주인공이 높은 능력치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능력과 스킬 등을 이용해 범죄 집단을 타파하고 카르텔을 박살낸다. 카타르시스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반대로 주인공이 이미 완성형이기 때문에 성장을 보긴 어렵다. 이러한 유행 속에서 '크래시'는 정석의 길을 가고 있다. 주인공이 사건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긴장감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함께 사건을 추적하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 것이 '크래시'의 상승세 비결이다.
2년 전부터 구상된 촘촘한 대본이 박준우 감독의 연출, 또 좋은 배우들을 만나 한껏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사실 '크래시'는 당초 지상파 채널 편성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박준우 감독의 고심 끝에 ENA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박준우 감독은 ENA를 두고 "열려 있는 채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감을 내비쳤는데 실제로 캐스팅 등 연출자의 '뚝심'을 ENA에서는 존중했다는 후문이다. 박준우 감독의 전작 '모범택시' 시리즈의 흥행을 지켜본 ENA 입장에선 '크래시'라는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터다.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겠다는 작품의 기획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크래시'의 주 스토리라인이 생활밀착형 사건 사고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크래시'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교통범죄수사의 허점, 그리고 시스템의 부재에 공감하고 현실에 빗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도로 위 빌런'을 쫓는 교통범죄수사팀이 존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좋은 작품일수록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표적인 예시다. '크래시' 또한 분명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박 감독의 노하우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전반부가 코믹과 액션 위주 에피소드로 꾸며지면서 진입장벽을 낮췄다면 후반부는 스릴러와 더 강도 높은 카 액션이 예고됐다. 특히 박 감독은 완성도 높은 그림을 위해 제작비를 아낌없이 사용할 정도로 '크래시' 속 액션 구현에 진심이다. 미스터리 색채도 가미하면서 본격적인 흥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심도 있게 완성된 '크래시'의 밝은 미래가 예상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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