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전단 보낸 날 대통령은 “힘으로 평화”, 충돌 조장하나
남측 민간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또다시 강행했다. 지난달 10일 이후 약 4주 만이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경기 포천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 등을 풍선 10개에 매달아 띄웠고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의 전단 살포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로써 지난 2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1000개 가까이 떨어지며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북한 오물 풍선 살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지난 2일 밤 국방성 담화를 통해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하지 않는 한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내려보낼 경우 남측은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 재개 등으로 응수하고 전방 부근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 선언 후 이달 중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6년 만의 포사격 훈련을 예고했다. 완충지대가 무력화되고 위기를 관리할 최소한의 남북 간 소통 채널도 없는 상황에서 NLL 주변의 포 사격 훈련은 심각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법률로 전단 살포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 과도하다는 것이지, 정부의 전단 살포 제지 취지는 정당하다고 본 점을 상기해야 한다. 헌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으로도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책무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더 이상 도발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면서도 충돌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상황 관리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현충일 연설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상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그것을 방기한다면, 관련 공무원과 군인들이라도 중심을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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