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화광중, 존중 ‘ON’ 폭언 ‘OFF’... 디지털 윤리 배움터 [꿈꾸는 경기교육]
‘디지털 공간 속 올바른 인성 함양’ 집중
가짜 뉴스 판별·개인정보 보호·문해력 등
온·오프라인 교육 현장서 윤리 이해 높여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남양주 '화광중학교'
‘배움과 공감으로 스스로 미래를 여는 행복한 학교’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남양주 화광중학교는 110여년의 전통을 가진 학교다. 1907년 배인학당으로 시작해 1950년 배정고등공민학교를 거쳐 1968년 지금의 교명인 ‘화광(和光)’이란 이름을 얻었다. 현재 화광중은 ‘참되고 바르게’라는 교훈 아래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배려와 나눔, 협력을 실천하는 ‘어울림 교육’,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과 학생 맞춤형 진로 교육의 내실화로 학생과 교직원이 ‘더불어 성장하는 교육’,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분위를 조성하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교문에 ‘Every Day 사랑합니Day’라는 인성 브랜드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화광중. 화광중 학생과 교사가 함께 그려가고 있는 디지털 세상 속 시민상에 대해 살펴봤다.
■ 학생과 교사가 함께 나아가는 디지털 시민 교육
화광중의 디지털 시민 역량교육 원천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육 과정에 대한 학부모의 우호적 인식, 학생을 위한 교원들의 꾸준한 분석과 노력에서 나오고 있다.
화광중 교원들은 농촌지역에 위치, 번화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고 곧장 귀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중에서 ‘디지털 공간 속 올바른 인성 함양’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심 학생들과 비교해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에 더해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 귀가까지 학생들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화광중은 ‘디지털 시민 교육 TF’를 조직, 뿽주제 융합 프로그램 기획 뿽디지털 시민교육 프로그램 협의회 운영 뿽교과별 시민교육 소그룹 동아리 운영 등에 착수, 국어를 비롯해 사회, 보건, 정보, 도덕, 미술 등 다양한 교과목에서 디지털 인성 교육을 접목했다.
디지털 시민교육 실천 학교로 지정되기 이전에도 화광중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전과목 쌍방향 실시간 원격수업’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 코로나19가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도입 시기와 안착 기간을 앞당긴 셈이다.
또 화광중은 오랜 설립 기간을 보유한 학교인 만큼 그간 외적 교육여건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 역량 실천학교 운영을 통한 학생들의 정신·심리적 학습 기반 형성이 ‘내적 환경’ 조성이라면 외적 환경으로는 뿽학생·학부모·교사의 공유 공간 조성 뿽야외 수업을 위한 동글이 벤치 조성 뿽교사들의 목 보호를 위한 전 교실 및 특별실 무선 마이크 시스템 설치 뿽꿈과 끼를 펼치는 달뫼관 무대 조명 시설 현대화 뿽어학실 리모델링을 통한 다목적 공간 조성 등을 전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화광중은 온·오프라인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에티켓 및 문해력, 가짜뉴스 판별,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시민 윤리를 이해해 나가고 있다.
■ 학생 체험 폭 확대, 교사 역량 강화 병행하는 화광중
화광중은 ‘행복’을 비전으로 ‘백(가지)신(나는) 프로그램’을 운영, 온·오프라인 융복합 행복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온라인(네이버 밴드)으로 소통하고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이를 오프라인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으로 구현하고 있다.
또 백신건강대제전, 달뫼제 축제를 비롯해 농구, 배드민턴, 탁구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육 활동을 선생님과 함께한다. 이 활동 중에서 일종의 칭찬 쿠폰인 ‘미소쿠폰(미쿠)’이 학생들에게 발행되는데 학생들은 받은 미쿠를 이용해 각종 간식을 사먹을 수 있다. 학년별 특색 사업으로 감사의 마음 표현하기, 학급 포토존 운영을 통한 학생 성장 기록 및 추억 나누기 등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이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화광중은 다양한 학급 자치 및 학생회, 자율 동아리 활동 등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민 역량을 가르칠 교원의 지식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광중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 연수를 통한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부터 시작해 뿽에듀(Edu)테크 기반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비 뿽에듀테크 활용 수업 사례 공유 뿽주제 융합 프로젝트 협의 및 아이디어 공유 등을 병행하며 효과적이고 다양한 배움 중심 수업을 펼치고 있다.
또 학습자 맞춤형 개별 학습 및 원활한 협력 학습 구현을 위해 1인 1기기 및 주변 기기(태블릿 키보드, 유선 마우스, 터치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미래 교육
화광중은 기존에 운영 중인 사업들과 디지컬 시민 역량 교육을 융합, 학생 미래 교육 특화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 교육은 교과 연계 수업을 넘어 학생들이 디지털 윤리는 물론이고 오프라인으로 생명 존중 활동과 자기 주도성, 공동체 역량을 배양하는 다수의 ‘HG 생명 존중! 학생 주도 확장형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있다.
올해도 화광중은 기본적으로는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운영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교과 수업과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목표한 디지털 시민 역량 성취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교과 외 활동으로는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숏폼, 그립톡 디자인 공모전 등 ‘디지털 콘텐츠대회’ 확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학기 말 디지털 교육 주간에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운영하는 뿽아침 맞이 캠페인 활동 뿽공연 관람 선플 달기 활동 뿽디지털 시민윤리 교육 등을 집중 전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화광중은 모든 활동에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미션과 상품을 가미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 즐거움 속에서 디지털 시민 역량을 자연스럽게 배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광호 화광중 교장은 “학교는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어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의 따뜻한 연결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의 교육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줌-in
“공감•신뢰•소통 바탕... 올바른 미래 인재 양성”
“공감과 신뢰, 소통이 기본이 돼야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어 올해는 여기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화광중학교에서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안착에 힘쓰고 있는 심춘자 교사는 교육 2년 차를 맞이해 ‘공(감)신(뢰)소(통)’를 내세웠다. 지난해 ‘생명 존중’에 이은 것으로 디지털 사회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사회에서도 친구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정립하는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 교사는 교육 방향 수립의 주된 이유로 번화가와 떨어진 농촌 지역에 위치, 방과후 문화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 특성을 꼽았다.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가 귀가하기 전까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에 오롯이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심 교사는 “학생들에게 가짜 뉴스 구별법부터 시작해 △사이버 폭력 △디지털 성범죄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기존 교육과정에는 충분한 디지털 시민 교육 요소가 내포돼 있지 않은 실정이었다”고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화광중은 학생들이 올바른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는 교육 공동체 공감대를 형성, 지난해부터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을 전개하는 ‘화광 디지털 시민교육’ 브랜드를 운영했다.
하지만 시작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은 선행 과정과 참고할 자료가 없는, 그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난관은 기존 수업과 디지털 시민 역량과의 연계였다.
심 교사는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고 역사, 도덕 등 선생님이 한 분뿐인 교과목의 경우 교육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음악 과목에서 음악 저작권에 대해, 미술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 뒤 이것이 ‘작품’인지, ‘제품’인지를 두고 토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 교사는 학생들이 가장 인상 깊은 교육과정으로 국어 과목과 연계한 ‘미디어 선플 달기’, 디지털 윤리를 주제로 한 학년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꼽았다고 말했다. 선플 달기 활동은 학생 개인이 유튜브나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에 좋은 댓글을 쓰고 이에 따른 상호 작용을 경험하며 디지털 윤리를 함양하고자 진행됐다.
심 교사는 “이전 세대는 가정에서 어른에게는 인사를 잘하고, 유치원에서부터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상호 존중을 체득하는 등 오프라인 세상에서 인성을 배워왔다”며 “반대로 요즘 아이들은 오프라인에 더해 디지털 세상에서도 소통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예절을 지키고 어떻게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듣고 평가를 받을 텐데, 지금부터 가짜뉴스 판별부터 악플에 대한 경각심 등 기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화광중은 매일 점심시간마다 디지털 역량, 인성 함양과 관련된 동아리 부스를 설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체 학년이 13학급으로 학년별 식사 시간 구분이 없다는 점을 활용한 학생 참여 교육인 셈이다.
심 교사는 “일례로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에 대해 토의하고 모둠을 나눠 동아리 부스를 운영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디지털 긍정 단어와 부정 단어에 물풍선을 던져 맞히는 부스가 등장했다”며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하는 데 더해 디지털 시민 역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점이 뜻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교사는 “지금까지는 동아리별 부스가 점심시간을 활용해 30분씩 운영돼 짧은 감이 있어 아쉬웠다”며 “향후에는 학년별로 체험 시간을 1시간씩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학부모도 학생과 함께 부스 활동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세대 적합한... 예절•행동 재미있게 배워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소재로 한 영화 감상, 동아리 활동, 선플 달기 활동 같은 체험 활동으로 흥미 있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화광중 3학년 김나현양은 올해 가장 인상 깊은 디지털 시민 역량 관련 교육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김양은 지난해에는 태블릿 PC, 크롬북(구글 크롬OS 기반 노트북)을 활용해 교과목과 흥미 있는 퀴즈를 연동했다면 올해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에서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양은 “영화감상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핸드폰 카메라 해킹 피해 사례를 보여주는 영화 등 디지털 시대의 이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썼다”며 “심각성을 느꼈고 앞으로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일이란 걸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인 이예준군은 가장 인상 깊은 활동으로 디지털 역량 수업 관련 과제물 전시회를 꼽았다.
이군은 “몰랐던 점을 배운 뒤 미술품, 디지털 창작물 등 다양한 종류의 과제물을 만들어 공유하고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양과 이군은 국어 시간에 진행했던 선플 달기 활동에 대해 “생소했던 댓글 문화를 배웠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양은 “평소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당시 활동에서 학교 유튜브 채널에 선플을 작성해봤다”며 “선생님과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좋은 대용의 대댓글을 달아주니 뿌듯했고 다른 사람도 좋은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군 역시 “선플이 단순한 수업이 아닌 평소에도 자주 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리고 선플이 다양한 SNS 채널에서 서로가 서로의 게시물을 본 뒤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돌이켰다.
마지막으로 두 학생은 ‘디지털 시민’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지만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이군은 “디지털문화가 발달하기 전에는 실생활 속 윤리 규범을 배우는 것만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세대인 우리는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적합한 예절과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양은 “디지털 시민이란 디지털에 대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가며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정의했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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