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5기 푸틴 "한국, 우크라에 무기 직접 공급 안해 감사"
"韓과 관계회복 기대" 유화 제스처
北·中과 여진히 밀착… 日엔 냉랭
친러국에 서방 타격 무기 줄 수도
■푸틴, "韓과 관계 악화 원하지 않아"
푸틴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AP를 포함해 세계 16개 통신사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푸틴과 주요 통신사 대표 회동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후 3년만이다.
푸틴은 우크라를 분쟁 지역으로 부르면서 "한국이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때 러시아를 혐오하는 태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2022년 10월 연설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한 뒤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은 이어 "한러 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지만 이는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한국 등 세계 21개국 신임 러시아 대사들의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도 "양국 관계가 양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돌아갈지는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 러시아는 준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北·中과는 계속 밀착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협력을 약속했던 푸틴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북한은 이웃이며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일부 지지했지만 북한의 해외 노동차 파견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주장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북한 노동자의 해외파견이나 고용을 금지했다.
무역으로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함께) 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군사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러시아와 이란 관계에서 라이시가 만든 모든 것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은 쿠릴열도 등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시에 서방과 밀착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푸틴은 일본이 "우크라 위기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일본이 태도를 바꾸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 서방에 경고, 핵무기 사용 언급
푸틴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지난달 우크라에게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일부 허용한 점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푸틴은 "우리 영토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는 왜 (서방의) 세계 지역에 같은 등급의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없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답은 비대칭적일 수 있다"며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푸틴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방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핵 정책이 있다. 우리 주권과 영토를 위협한다면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에게서 제국주의적 야망을 찾을 필요가 없다"며 "러시아가 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말라. 그것으로 스스로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 대해 "(선거의) 최종 결과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며 "미국 국민이 어떤 대통령을 선출하든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를 향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편이며 자신이 당선되면 협상으로 우크라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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