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비만 5년새 4배 증가, 한국의 미래가 병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일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아동 5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라고 한다. 9~17세의 경우 비만 비율이 지난 5년 동안 4배 넘게 증가했다. 공부에 치여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데다 짧은 휴식 시간마저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며 보내는 탓일 것이다. 아동 비만은 지방간,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하고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동종합실태조사는 5년 주기로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전국의 5000여가구를 직접 방문해 실시한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체중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비만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3~8세 비만율은 12.3%로 이전 2018년 조사와 비슷했지만, 9~17세 비만율은 14.3%로 5년 전(3.4%)보다 4.2배 증가했다.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20분 줄고,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앉아 있는 시간은 주당 약 2시간 늘었다. 아동의 42.9%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동·청소년에게 매일 60분 이상 ‘보통 혹은 격렬한 강도의 신체 활동’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100명 중 5명만 실천한다는 국제 통계도 있다.
아동들의 정신 건강도 걱정이다. 스트레스가 적거나 없다는 아동이 43.2%로 절반이 안 됐다. 최근 1년 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아동이 4.9%, 자살 생각을 한 아동이 2.0%였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숙제와 시험, 성적이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린이 행복지수가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몸과 마음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한 명 한 명 그 자체로 소중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다. 아동 비만 등을 당사자나 부모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온종일 책상에 붙어 있도록 만든 한국 사회가 비정상이다. 아이들의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학교 체육을 강화하고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을 완화하는 등 미시·거시적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어른도 건강하고 사회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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