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종부세 논란 유감 [세상읽기]

한겨레 2024. 6. 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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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월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혹은 폐지 관련 논란이 일었고, 윤석열 정부는 환영을 표하며 당장 폐지 입법을 추진할 기세다. 지난 대통령 선거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22대 국회 원내 제1당이자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건 과도한 것일까?

5월8일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부세의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한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5월24일 고민정 최고위원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을 욕망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건 큰 잘못이다. 폐지되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 그 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종부세 과세표준을 12억원에서 16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다 최근 재고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발 종부세 논란에 정부가 가세하고 찬반 여론이 격해지자, 6월4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나서 ‘당에서는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세법 개정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재정 상황도 검토해 당론으로 정할 문제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나는 ‘비싼 집이라도 1주택 실거주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거나, 이 제도가 ‘집 갖고 싶은 마음을 욕망으로 치부한 잘못된 취지에 입각’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장의 타당성은 제쳐놓자. 조세정책은 내 전공 분야도 아니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바도 아니다.

나의 유감은 이 사안의 무게에 비해 민주당의 접근 태도가 지나치게 가볍거나 쉽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민주당처럼 당원도 많고 의원도 많은 거대한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조율되지 않은 발언들이 자유롭게 공개되면서 공론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후위기 대응이나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제도적 접근 등의 의제는 그렇다. 당론으로 정해진 바가 없거나 당내 합의 기반이 약한 의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분출할수록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더 나은 대안에 대한 합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제는 그 당의 당원들을 넘어 전 국민이 ‘민주당표’ 정책이라는 걸 다 안다. 20년 전 그 당의 전신인 정당이, 정당의 명운을 걸고 온갖 사회적 반대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정책이다. 그 뒤로도 여당이었을 때건, 야당이었을 때건 사회적 논란이 될 때마다 당론을 걸고 방어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그 당의 내부자들이나 지지자들에겐 합의 기반이 매우 두터운 의제라는 뜻이다. 그 사람들이 논란이 될 때마다 주변 동료나 지인들에게 어떤 말을 하면서 이 제도를 방어했을지를 떠올려보시라.

기존 당론이 견고하다고 해서 변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사회적 조건이 변하거나 다른 제도적 환경이 변한다면 제도도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단 접근은 진지해야 하며 근거는 명확해야 하고 당내 논의를 거쳐 당 밖으로 발화되는 적절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 그 정책을 당론이라고 믿고 지지해온 당원들과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문제를 다루는 첫 단계에서부터 예의를 벗어났다. 종부세 개편 내지 폐지 논란에 처음 불을 붙인 사람은 무려(!) 그 당의 원내대표였고, 또 다른 발언자는 최고위원이었다. 누가 보아도 당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한 발언인데, ‘일개 의원의 입장’이라는 단서를 단다고 해서 그렇게 받아들여질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 문제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단지 이 사안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초선 의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이, 재벌 개혁 등 주요 의제에 대해 당내 의견이 갈려, 야당 의원들을 앞에 두고 자당 의원들 간의 다툼으로 의안 심의를 지연시켰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러모로 시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 있는 시간이다. 압도적 원내 제1당 민주당은 의안의 우선순위를 먼저 설정하고 의안의 무게에 맞게 적절한 예의와 절차를 갖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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