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의 습격... ‘우주 다이너마이트’ 3만7000개 제거하라

조성호 기자 2024. 6. 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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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우주 쓰레기의 습격...전 지구적 문제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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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Midjourney

“정말 엄청난 소리였어요. 거의 내 아들을 덮칠 뻔했다니까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것일까. 지난 3월 미 플로리다주(州)의 알레한드로 오테로(Otero)씨 집 지붕을 뚫고 바닥까지 관통한 핸드폰 크기만 한 물체의 정체는 ‘우주 쓰레기’였다. 3년 전 미국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버린 배터리팩의 잔해가 지구 대기권에서 전부 타버리지 못한 채 내리꽂힌 것이다. 오테로씨는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CNN에 말했다.

1957년 러시아(당시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로 시작된 인류의 우주 탐험 약 70년 역사의 부산물인 우주 쓰레기. 지구 궤도가 이 넘치는 우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버려진 인공위성에서부터 우주선이 발사체에서 분리되며 방출된 파편, 인공위성이 폭발하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해 생긴 파편 등 각종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마치 거대한 폐차장처럼 변모시켜 우주 개발의 최대 장애물이자 지구 안보의 위협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우주 쓰레기 대응팀을 꾸려 대처에 나선 상황이고, 한국도 지난달 출범한 우주항공청에 ‘우주위험대응과’를 신설해 우주 쓰레기 문제 대비를 시작했다. 우주 쓰레기 분야는 ‘돈’이자 ‘안보’를 이유로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우주 쓰레기 포획·제거 산업은 전시(戰時)엔 교전 상대국 위성을 무력화하는 것으로도 응용 가능해 ‘방위 산업’의 신흥 영역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1990년대부터 우주 쓰레기 연구를 해 온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우주 쓰레기 문제는 우주 관련 산업과 국가 안보, 국민 안전 모두에 연관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WEEKLY BIZ는 우주 쓰레기의 세계를 최 실장을 비롯해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주연구원장, 정유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SSA(우주상황인식) 연구실 선임연구원 등의 자문을 거쳐 집중 분석했다.

그래픽=김하경

◇별 헤는 밤? 쓰레기 헤는 밤

우주 쓰레기는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주기적인 궤도로 움직임이 정기적으로 추적되는 우주 쓰레기만 지난해 기준 3만5168개로 집계됐다. 2019년 2만5297개보다 39% 늘어난 수치다. 우주 개발 역사가 70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4년간 쓰레기 증가 속도가 수직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최근 우주 쓰레기가 늘어난 것은 민간 개발업체까지 나서 우주 개발 경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경우 저궤도 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껏 6000여 개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렸다. 최은정 실장은 “스타링크는 한 번에 위성 60개씩을 발사하는 군집(群集) 위성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며 “몇 개는 고장 나도 상관없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고장 난 것은 우주 쓰레기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고장 난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제어한다는 입장이지만, 우주 공간에 수없이 뿌려진 인공위성을 일일이 제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란 게 최 실장 설명이다.

광활한 우주에 쓰레기 몇개 뿌려지는 게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의 ‘고속도로’ 격인 지구 저궤도에 바글바글 몰려 우주 교통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점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지상으로부터 300~2000㎞의 고도를 저궤도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이 저궤도에 머무른다. 위성이 통신, 위성항법장치(GPS), 각종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서 안 되기 때문에 저궤도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런 인공위성 ‘도로’가 각종 폐인공위성과 파편 등으로 뒤덮여 우주 공간 개발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픽=김하경

◇다이너마이트급 쓰레기만 3만7000개

더구나 우주 쓰레기는 지구상의 쓰레기와 달리 한 장소에만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우주 쓰레기는 중력(重力)이 극도로 약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 궤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돌며 사실상 흉기 수준으로 돌변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가 다른 물체와 충돌할 때 속도는 보통 초속 10㎞이고, 더 빠른 경우 최고 초속 15㎞까지 이른다. 총알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위성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콩알보다 작은 몇 ㎜ 단위의 우주 쓰레기도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 수준의 파괴력을 지니고, 몇 ㎝ 정도로 커지면 수류탄 폭발 강도, 10㎝가 넘어가면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며 “10㎝ 이상 우주 쓰레기와 부딪힐 경우 인공위성 하나가 아예 파괴될 정도”라고 했다.

문제는 충돌 시 다이너마이트급 위력을 낼 수 있는 10㎝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만 지구 궤도에 이미 수만 개 존재한다는 점이다. ESA가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추정한 지난해 우주 쓰레기 크기별 실태(실제 추적되는 우주 쓰레기보다 많은 통계적 추정치)를 살펴보면, 10㎝ 이상 우주 쓰레기는 3만7000개, 1~10㎝는 100만개, 1㎜에서 1㎝ 사이는 1억3000만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김하경

설상가상으로 우주 쓰레기들끼리 충돌이라도 하면 우주 쓰레기 수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퇴역한 러시아의 군사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미국의 상업위성 이리듐 33호가 2009년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으로 발생한 우주 쓰레기는 최소 2000개 이상이라고 조사됐다. 이 같은 이유로 이른바 ‘케슬러 증후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케슬러 증후군은 1978년 NASA 소속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가 제기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한다. 지구 저궤도의 물체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물체들 사이 충돌이 잦아지고,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가 증폭돼 우주 탐사와 인공위성 사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가설을 담은 것이다. 정유연 연구원은 “우주 공간에선 한 번의 (충돌로 인한) 분열 이벤트만으로도 전체적인 환경 오염이 커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주변 위성까지 연쇄적으로 파급 효과가 일어나고, 위성이 제공하던 서비스도 단번에 마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별똥별’이 로또 확률?

우주 쓰레기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주 쓰레기가 급증하며 한국이 쏘아올린 위성들도 각종 쓰레기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위성들은 우주 쓰레기가 우리 위성으로부터 10㎞ 반경 이내로 가깝게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 미 우주군으로부터 위험 경보를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경보를 받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재흥 원장은 “과거엔 매우 드물던 10㎞ 이내 접근 경보가 최근엔 며칠에 한 번씩은 울리고 있다”며 “만약 우주 쓰레기가 100m 이내로 접근한다면 이를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데 인공위성이 전투기처럼 자유자재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위험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고 했다.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이 쓰레기와 충돌을 피하려 움직일 때 쓰이는 연료 비용 손해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그래픽=김하경

우주 쓰레기가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지면 문제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에 진입하며 마찰열에 불타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인 데다 육지 내에서도 사람이 사는 곳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우주 쓰레기가 사람 사는 곳 위로 떨어질 확률을 ‘로또 맞을 확률’ 정도로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 땅에도 이 로또 확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엔 수명을 다한 미국 위성의 추락 예상 지점에 한반도까지 포함돼 정부가 우주위험 경계경보를 발령한 바 있고, 2018년에도 중국 위성 톈궁(天宮)의 추락 범위에 한국까지 포함돼 전국적으로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최은정 실장은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부분 불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주 발사체와 같은 우주 쓰레기는 열에 강한 소재가 사용돼 (원래 크기의) 10~40%는 남아 있는다”며 “특히 최근엔 우주 쓰레기의 양이 증가하면서 ‘로또 맞을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쓰레기가 사람 위로 직접 추락하거나 폭발 위험이 있는 시설에 떨어진다면 재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 청소 기술’ 어디까지

우주 쓰레기 우려가 커지면서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우주 청소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체 ‘폐차’ 능력이 없는 우주 후발국은 자국의 위성을 자체적으로 폐기할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주 후발국의 수요에 맞춰 돈벌이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우주 쓰레기 제거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로 구분된다. 떠돌아 다니는 우주 쓰레기를 직접 잡아끌어 수거하는 방식이 있고, 마치 당구공 경로 바꾸듯 쓰레기의 속도와 궤도를 바꿔 쓰레기를 대기권 안에 진입하도록 해 태워버리는 게 또 다른 방식이다.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방식엔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떠돌아 다니는 쓰레기에 접근해 로봇팔로 잡아채거나, 마치 물고기 잡듯 그물을 던지거나 줄 달린 작살을 쏴 포획하기도 한다. 쓰레기의 속도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쓰레기에 낙하산이 달린 닻을 꽂아넣는 방식도 고안됐다. 쓰레기에 레이저를 쏴 덩치 큰 쓰레기는 궤도를 바꾸고, 작은 쓰레기는 직접 태워버리는 방법도 있다.

아직은 우주 청소 기술은 걸음마 단계지만 스타트업의 수거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XA)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은 로봇 팔을 이용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지난 2월 자국 우주 쓰레기로부터 수백m 이내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이 회사는 총 3억80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고, 5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솔스톰은 우유팩 크기의 소형 위성에서 낙하산을 발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일본의 스카이퍼펙트JSAT는 2030년까지 위성 기반 쓰레기 제거용 레이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쓰레기 위험도가 커지며 우주 쓰레기를 방치하는 기업들을 규제할 방안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25년부터 저궤도에 발사한 위성은 임무 완료 후 5년 안에 궤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FCC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노후 위성을 제때 치우지 못한 위성·케이블 방송사 디시네트워크에 1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유럽의 ESA도 2030년까지 ‘우주 쓰레기 제로’를 달성하겠다며 새로운 우주 발사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재흥 원장은 “궤도 자원이 더 부족한 정지궤도(고도 3만6000㎞)에선 수명이 다한 위성을 더 높은 ‘무덤 궤도’로 날려버리는 국제 규범이 있고 잘 지켜지고 있다”며 “저궤도에서도 자신의 위성은 자신이 폐차시키도록 하는 규범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우주 후발국 입장에선 이런 규범을 갑자기 마련하는 게 억울할 수도 있다”며 “우주 쓰레기 처리까지 생각하며 개발할 능력이 없는 국가에선 새로운 규범이 기술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하경

◇쓰레기 제거 기술이 곧 방위 산업?

우주 쓰레기 사업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이 훗날 ‘우주 청소’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쓰임새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을 총알 속도 10배로 쏜살같이 움직이는 쓰레기를 자유자재로 포획해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우주 공간 내 급유나 우주정거장 수리 등과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에 응용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 원장은 “현재는 고가의 위성이 간단한 부품 하나로 못 쓰게 되거나, 기능은 멀쩡한데 연료가 부족해 임무를 종료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만약 ‘쓰레기 청소’ 기술을 활용해 우주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를 고칠 수 있다면 새로운 우주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주 기술이 방위 산업에 요긴하게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은정 실장은 “대부분의 위성·우주 산업이 그렇듯이 쓰레기 제거 기술도 군사적 목적의 공격 무기 영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라며 “러시아가 됐든 미국이 됐든 우주 선진국끼리의 전쟁이 발생할 경우 (우주 쓰레기 포획 기술이) 상대국의 위성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효율적인 공격 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우주항공청이 생긴 만큼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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