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도심 누비고 친환경 인증 호텔서 숙박…도쿄로 떠난 '착한 여행'

송영찬 2024. 6. 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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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 옥상의 330m 길이 공원의 잔디밭./ 미야시타파크 제공

3년 넘게 멈춰있던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여행이 팬데믹 이전의 여행과 똑같은 건 아니다. 팬데믹 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길수록 지구가 살아나는 걸 봤기 때문일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0%를 차지한다는 여행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찾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2000만명이 사는 메갈로폴리스로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니, 언뜻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전거와 전철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그렇게 찾아간 곳곳엔 작은 것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실천한 건축물들이 녹아있다. 부킹닷컴과 같은 글로벌 OTA를 활용한다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숙박 시설을 찾기도 쉽다. 

 자전거와 도보로 찾는 친환경 명소 

전기자전거 대여 시스템 도코모 바이크 쉐어링./ 도코모 제공

이번 여행에선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자전거다. 도쿄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 도심 곳곳에 있는 자전거 대여업체에선 하루 1000엔(약 8800원) 안팎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더욱 편한 건 일본 최대 통신사 도코모에서 운영하는 바이크 쉐어링 서비스다. 전기 자전거로 탄소 발자국은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도 힘들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은 순환선인 JR 야마노테선은 인기있는 자전거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야마노테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전철을 탈 땐 무심하게 지나쳤던 곳들이 눈에 더 선명하게 들어온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도쿄역 앞엔 ‘킷테 마루노우치’ 빌딩이 서있다. 건축가 겐고 구마가 옛 중앙우체국 건물의 파사드와 내부를 보존한 채 만든 건축물이다. 건물의 역사가 보존되는 동시에 최첨단 건물이 올라갔고, 인테리어에도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녹아들어갔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미야시타파크 항공사진./ 미야시타파크 제공


총 36㎞ 코스 중 서쪽으로 절반 가량을 가면 최근 도쿄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원이 나온다. 시부야의 새로운 명물 미야시타파크다. 1953년 지어진 공영주차장 옥상의 공원이었던 이곳은 2020년 이곳은 330m 길이의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정원의 아래엔 쇼핑몰과 호텔이 함께 있다. 미야시타파크에선 이곳이 분주한 도심 한복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민들은 1000㎡의 거대한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암벽 등반을 즐기기도 한다. 

오모테산도 힐스 전경. 일부분은 예전 시영아파트의 외관을 그대로 남겨 보존했다.


미야시타파크 인근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걸어보기로 했다. 동쪽으로 20분 정도 걷자 오모테산도 힐스가 나왔다. 오모테산도 힐스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어졌다. 건물의 높이는 높게 뻗은 가로수의 키를 넘지 않는다. 지역이 경사면이라는 점을 감안해 바닥 또한 경사지게 만들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1923년부터 이 자리에 서있던 시영 아파트의 파사드도 그대로 보존했다. 해당 지역의 역사성을 이어갈 수 있는 건축물이야말로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숙박도 지속가능성 실천 숙소에서 

사진=부킹닷컴 제공

지속가능한 여행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자동차나 비행기보다는 자전거와 기차를 이용하고, 비행기를 타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종의 항공편을 탄다. 숙소를 고를 때는 일회용품은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등을 꼼꼼히 비교해본다. 

실제 글로벌 OTA 부킹닷컴이 전 세계 34개국의 여행객 3만1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글로벌 71%, 한국 73%)이 여행을 마친 후 떠날 때 그 지역의 환경을 더 깨끗하게 만들고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여행객(글로벌 45%, 한국 46%)은 지속가능성 실천 숙소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행자 스스로 모든 것을 비교하는 게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이다. 실제 이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 42%는 이같은 노력이 실행되지 않는 여행지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답했다.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현실의 장벽에 많은 여행자들은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럴 땐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제격이다. 처음이라 쉽지 않다면 여행 앱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부킹닷컴은 항공편부터 숙소까지 지속가능성 인증 상품을 별도로 표시해준다. 이번 여행에서는 항공편부터 숙소까지 부킹닷컴을 이용해봤다.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항공편을 검색하자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종 항공편에는 평균에 비해 얼마나 많은 탄소 배출을 아낄 수 있는지가 별도로 표시됐다.

수 천 개의 숙박시설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일일이 비교하기에 막막했지만, 숙소 검색창 필터에 간단히 ‘지속가능한 여행’만을 선택하자 해결됐다. 일회용 어메니티를 최소화하고 물과 전기 사용을 아낀다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숙소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도쿄 제국호텔의 친환경 어메니티./ 제국호텔 제공


캡슐호텔부터 1박에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5성급 호텔까지 수 천개의 숙소가 있는 도쿄도 지속가능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곳들이 있다. 1890년 세워져 도쿄를 대표하는 제국호텔의 객실 어메니티는 모두 대나무, 목재, 바이오매스 소재로 만들어졌다. 종전에 사용하던 제품에 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90% 가까이 줄였다. 미쓰이가든 호텔은 객실에 미리 비치하는 일회용 어메니티를 최소화하고 투숙객들이 원하는 어메니티를 직접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물도 일반 페트병 대신 친환경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다. 

 패키지 여행 대신 로컬 가이드와 워킹투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속가능한 여행은 단순한 친환경 여행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 역시 중요하다. 패키지 여행보다는 개별 여행, 그 중에서도 현지인들의 삶에 녹아들어가는 여행 역시 지속가능한 여행의 일부다. 여행자들이 잠시 스쳐가는 자신들의 편의만을 좇다보면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고 여행지 본연의 매력을 잃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의 피로가 가실 때 쯤 부킹닷컴 앱에서 현지인 가이드의 워킹투어를 신청했다. 도쿄를 찾은 각국 여행자들과 오로지 도보로만 세타가야구 인근 뒷골목의 현지인 맛집들만을 골라다녔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장소들을 찾는 것이 아닌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주민들의 삶에 들어가보고자 했다. 

도보 여행만을 고집한다는 가이드가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도쿄를 콘크리트 지옥이라고 말하는데 도쿄만큼 걷기 좋은(walkable) 도시는 없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뒷골목을 걸어보세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모습이 아닌 현지 주민들의 살아가는 도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도쿄=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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