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야 뽀얀 피부 보고 싶겠죠, 억울하지만…”…50대 여배우들의 ‘다시, 봄’
중장년 관객 사로잡은 ‘다시, 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왁자지껄 수다 한 판이 시작됐다. “아니, 뮤지컬도 그래? 난 뮤지컬은 아닌 줄 알았어.” 막내 예지원의 질문에 언니 문희경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무대에서처럼 배우들은 무대 밖에서도 수다 삼매경이다.
“사실 TV 화면은 이해가 가요. 시청자들도 뽀얀 피부를 보고 싶겠죠.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일이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무대는 자신의 나이대보다 10살은 많아야 그 연기가 나온다고 해요. 그 연륜과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무대에 서야 공감도 되니까요.” (예지원)
데뷔 28년 만에 ‘다시, 봄’을 통해 첫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예지원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같다가도 다시 현실로 돌아와 50대 여배우로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억척스러운 보험설계사 성애 역을 맡았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다시, 봄’(6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은 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다. 갱년기 안면홍조로 인해 메인 앵커 자리에서 밀려난 아나운서, 시집살이를 하면서 일생을 보낸 중학교 교사,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고 보니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평범한 엄마까지…. 작품은 가사, 일, 육아로 치열한 청춘을 살고 어느덧 중년을 맞은 50대 여고 동창생들이 여행 중 버스 사고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2022년 초연 당시, 뮤지컬단의 50대 여배우들과 강원도 화천의 주민들이 ‘생애전환기 워크숍’을 통해 극의 줄기가 되는 골격을 만든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er, 공연 참여자들이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창작)다.
세 번째 시즌엔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과 배우 문희경 황석정 예지원이 함께 했다. 이미 개막 당시부터 반응이 뜨가웠다. 지난달 8일 개막한 ‘다시, 봄’은 총 31회차 공연 중 24회차의 전석 매진 기록을 썼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다시, 봄’은 40~50대 예매 비율이 62.2%나 차지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자녀가 대신 예매한 비율까지 더하면 실제 관람 비율은 해당 수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귀띔했다.
배우들은 이 작품의 흥행 이유로 ‘공감’을 꼽는다. 아나운서 진숙 역을 맡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함께 한 문희경은 “50~60세대 관객부터 모녀 관객도 상당히 많은데 객석의 호응이 무척 좋다”며 “20대 딸들이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는 모습을 보며 이 작품이 모녀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석정은 “일곱 명의 주인공이 전하는 입체적인 이야기에 근거를 두다 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괴리감 없이 흡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50대는 복잡다단한 나이다. 엄마이자 아내, 사회인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갱년기 증상과 관절염을 달고 산다. 뜨거웠던 지난 시간 안에 온전히 나를 돌볼 겨를은 없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개발 당시 화천 워크숍에서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봤다. 재밌는 것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래프가 쭉 떨어진다는 것이었다”며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정리해본 적 없던 사람들이 짧은 시간 동안 삶을 정리하니 워크숍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돌아봤다.
‘다시, 봄’은 중년의 여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줄고 있는 때에 그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문희경은 “국내에서 50~60 배우들이 할 작품도, 7명의 배우가 모두 주인공은 작품도 적다”며 “실력 있는 배우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용기를 갖고 꾸준히 활동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예지원은 “‘다시, 봄’으로 인해 중년 배우들이 주인공이 된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이 버전으로 영화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탄탄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뮤지컬의 주인공은 50대 이상의 중년 배우들이나, 창작진은 모두 30대다. 초연 당시 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공연한 재연, 삼연에선 문희경 황석정 예지원 등의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작품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목표로 한 방향성이다.
김 단장은 “사실 이 작품은 뮤지컬단 배우들을 위한 맞춤 정장으로 맞춰진 공연이었기에 재연 당시 새로운 배우들에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엔 마침내 딱 맞는 옷이 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일종의 레퍼토리화를 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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