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땅 밑 ‘보물 창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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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19년 만에 첫 공개
-박정희 군사정부 옛 벙커 자리
-조선왕실 유물 8만 8000여 점 보관
서울 경복궁 내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경복궁 지하 2층 정도 깊이로 내려가면 끝이 안 보이는 골목길에 서늘한 공기만이 감돕니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 또 걸어 '350m' 이란 표지판이 나올 무렵
1m가 채 안 되는 두꺼운 철문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묵직한 철문 안으로 가면 조선왕실 보물들로 가득한 고궁박물관의 수장고가 나옵니다.
2005년 개관 이후 19년 만에 이른바 '보물창고'가 처음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총 19개 수장고에 8만 8530점의 보물을 보관 중입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수장고는 총 3개로 제 10, 11 수장고와 열린 수장고입니다.
■제11 수장고
이날 취재진들의 관심이 쏠린 곳은 제11 수장고입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 현판 766점이 보관돼 있습니다.
슬라이드식 거치대가 가득찬 이곳, 가장 먼저 당긴 거치대에는 정조의 친필이 걸려져 있습니다.
검정색 바탕의 현판에 '경모궁'이란 한자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사당에 직접 쓴 현판으로 추정됩니다.
반 이상 떨어져 나간 테두리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손상의 피해를 맡기 위해 거꾸로 거치대에 걸어 무게 중심을 잡았습니다.
그 위로 황금색으로 쓰여져 있는 '현사궁'
순조가 직접 쓴 생모 수빈 박씨를 모신 사당의 현판입니다.
또 하나의 거치대를 부탁해 나온 현판은 고종이 당시 왕세자던 순종의 혼례를 위해 지은 건물의 현판 '정화당'입니다.
188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정화당 건물은 없습니다.
■제10 수장고
다음으로 방문한 수장고에는 오동나무로 만든 보관장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교명 628점이 담겨져 있는 겁니다.
보관장 안으로 겹겹이 놓여 있는 상자들, 그 위로 <종묘 영조계비 정순왕후 왕비책봉 교명>이라고 쓰여진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보와 어책을 금칠했는지 주칠, 생나무로 되어 있는지 등까지 표시돼 있습니다. (*단어 설명 아래 참조)
그 중에서도 취재진들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건 정조가 왕세손 책봉되면서 만들어진 어보, 어책, 교명 '한 세트'입니다.
어보와 대나무로 된 죽책, 선왕 영조로부터 받은 훈육문서인 교명과 더불어 세 유물을 싸는 보자기와 사각통까지 당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특히 어보함의 열쇠에 궁중 관리들이 자신의 이름과 직위 등을 적은 종이가 있는데, 희귀한 유물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어보: 왕비, 왕세자 등 책봉 시 제작한 의례용 도장.
*어책: 어보화 함께 받는 해당 의례의 배경과 내용 등 기록한 것.
*교명: 국왕이 왕비, 왕세자 등을 책봉 시 내리는 훈육문서 일종.
■박정희 시대 '지하벙커'가 수장고로
취재진이 방문한 국립고궁박물관의 수장고 위치는 역사가 깊습니다.
1961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군사정부가 10여m의 지하를 파 내려가 안보회의 시설인 거대한 '벙커 공간'을 만든 그 곳입니다.
1980년대 벙커를 개축해 수장고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복궁 전체 부지에서 보면, 왼쪽에 있는 고궁박물관에서 동쪽 주차장 부근 사이 깊고 깊은 지하가 보물창고인 겁니다.
■유물 포화율 160%↑
2005년 개관 당시 33000점 정도로 시작한 유물의 수는 올해 5월 기준 88530점으로 2.5배 이상 늘었습니다.
장소 대비 유물의 수가 많다보니 보관 자리가 모자라 겹겹이 둘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작은 현판이라면 서로 내면이 닿지 않도록 종이로 하나하나 싸야하고, 사각함들은 보관장 안에 2단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지하 수장고 16개와 본동에 3개, 경기도 여주에 1곳의 수장고에 8만 8530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격납된 유물들의 포화율이 160% 넘어 과밀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대한 수장 보존처리 공간을 조성하고, 전시형 수장고 형식의 분관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현선 기자 chs0721@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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