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MIC, TSMC·삼성 이어 파운드리 세계 3위에 올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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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지난달 9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은 1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어났을 뿐 아니라 매출 기준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3위에 올라선 것이다. 아직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185억3300만달러), 2위 삼성전자(35억달러)와의 격차가 크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최전선에 있는 SMIC의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SMIC의 저가 물량 공세 탓에 중국 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고, 가격 경쟁을 부추겨 다른 업체들의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WEEKLY BIZ는 글로벌 3대 파운드리로 떠오른 SMIC의 1분기 실적 자료와 CEO 실적 발표회 내용 등을 분석해 SMIC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분석했다.
◇반도체 공급 리스크에 재고 확보 나선 고객들
SMIC의 매출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자오하이쥔 SMIC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1분기부터 전체적으로 회복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전 세계 고객들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3개월 전쯤부터 커졌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 등 외부적 요인 탓에 반도체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MIC 제품 용도별 매출을 보면,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31.2%, 가전제품용 30.9%, 컴퓨터와 태블릿용이 17.5% 등을 차지했다. 지역별 매출은 중국이 81.6%, 미국 14.9%, 유라시아가 3.5%였다. 사실상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만드는 중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SMIC의 주 고객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외국산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지자 중국 IT 기업들이 SMIC 등 자국 반도체 제조사들에서 구매를 늘리며 SMIC의 매출 비율도 중국 쏠림 현상이 확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향후 중국산 반도체 수입이 아예 막힐 것에 대비해 외국 기업들도 SMIC 반도체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 가동률은 4분기째 상승
자오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며 “이를 위해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데, 우리는 생산 시설 구축과 연구개발(R&D) 같은 핵심 업무에 자본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공격적인 제품 출시와 물량 공세가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SMIC는 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SMIC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출하량(8인치 환산 기준)은 전 분기 대비 7% 늘어난 179만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25만장) 대비로는 43% 늘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집적회로를 새기는 용도로 제작된 실리콘 재질의 얇은 원판이다.
SMIC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시설 가동률도 4분기 연속 늘렸다. SMIC의 생산 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1분기 68.1%에서 올 1분기 80.8%까지 올랐다. 자오 대표는 “현재 가동률은 이미 생산 가능한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능력을 더 키우기 위한 시설 확대도 진행 중이다. SMIC는 올해 1분기 설비투자(CAPEX)에만 전년 동기 12억5900만달러 대비 77.5% 늘어난 22억3500만달러를 투입했다.
◇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세 분야는
SMIC는 현재 세 가지 분야의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사물인터넷(IoT), MCU(가전제품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저가형 반도체 시장이다. 이 제품군은 각종 전자기기의 인터넷 연결과 데이터 송수신 등에 사용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제품에 사용할 반도체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다. 자오 대표는 “올해는 (파리 올림픽 등이 개최되는) ‘스포츠의 해’”라며 “스포츠 행사가 몰려 전 세계적으로 셋톱박스와 TV 판매량이 늘었고, 이와 관련한 반도체 주문량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스마트폰 시장이다. SMIC는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 스마트폰의 카메라, 데이터 연결 등에 쓰이는 반도체 부품들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SMIC는 현재 수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제품들을 위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빛 좋은 개살구… 수익성은 되레 악화
이처럼 SMIC는 공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SMIC의 올 1분기 순이익은 7017만달러로, 전년 동기 2억1941만달러 대비 68% 급감했다. 매출 총이익률(매출 원가를 제외하고 매출에서 얻은 이익의 비율)도 지난해 1분기 20.8%에서 올해 1분기 13.7%로 뚝 떨어졌다. 이는 SMIC가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설비에 많은 자본을 투입한 데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반도체 대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가 반도체 위주로 생산을 했기 때문이다. SMIC가 만들어내는 최신 반도체는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숫자가 낮을수록 반도체 성능이 좋음)급인 반면, 업계 선두인 TSMC·삼성전자는 이미 최첨단 3나노칩을 생산하고 있다.
SMIC의 수익성이 금세 반전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SMIC는 2분기 매출이 1분기 대비 5~7%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실적과 고객사들 사전 수요를 종합한 결과다. 일부 고객사의 상품 조기 배송 요구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출이 일부 상승해도 수익성은 되레 악화할 전망이다. SMIC의 주요 제품인 8인치 웨이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 하락 압력이 있고, 설비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 상승 등으로 매출 총이익률은 현재 13.7%보다 오히려 더 떨어져 9~11%에 그칠 것이라고 SMIC는 밝혔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SMIC는 현재 공급이 달리는 12인치 웨이퍼 등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SMIC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 5G 스마트폰에 들어간 7나노급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라며 “SMIC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일류 팹리스 고객을 유치해 1등 기업이 되자’는 전략 대신, 나머지 고객을 흡수해 확실한 2등이 되자는 독특한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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