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외면했다간...기업들, 전세계 공급망서 퇴출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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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은 탄소 배출 감축 의지를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역시 투자하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5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PG는 세계 주요 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운용사입니다.
이 같은 탄소 배출량 감축 요구를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부담이겠지만, 더 큰 위험이 있습니다.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입니다. 넷제로(순탄소 발생량을 ‘0′으로 낮추는 것·탄소 중립) 노력이 부족할 때 한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나 배터리를 해외 기업에 팔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은 자체적인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대한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 방식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써야 하고, 최대한 탄소를 적게 배출해 만든 자재를 쓰려 노력해야 합니다. 예컨대 애플은 자사 제품 생산을 위한 자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도 에너지 전환을 유도해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이폰 등을 만들 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반도체를 쓰겠다는 얘깁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협력업체는 애플에 반도체를 못 팔게 될 수 있습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가 주주로서 기업에 넷제로를 위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구호가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이 기업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득하는 겁니다. ‘돈의 문제’란 뜻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에 있는 생산시설에선 넷제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상당한 편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선 다소 부족한 모습입니다. 반면 대만 반도체 TSMC의 경우 넷제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TSMC는 2021년에 “2050년까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을 달성하겠다”고 했다가, 지난해엔 2040년으로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겼습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라 고객사들의 넷제로 의지에 더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TSMC는 덴마크 풍력발전 기업 오스테드와 함께 대만에 해상 풍력발전 시설도 마련 중입니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친환경 발전 단가가 모든 발전 방식을 통틀어 가장 저렴하고, 이 같은 발전 단가는 앞으로 더 저렴해질 전망입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ESG에 대한 기조를 완전히 바꿔 놓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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