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룩’ 고민?...소재는 가볍게, 컬러는 무겁게

채민기 기자 2024. 6.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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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스타일 클리닉] 재킷 걸칠 때 이너웨어는 라운드넥 티셔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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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숍 '수박빈티지' 김정열 대표가 연출한 비즈니스 캐주얼. 미군 장교용 근무복 바지에 금색 단추 달린 네이비 블레이저로 단정하면서도 "박력"이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신 재킷 안에 묵직한 색감의 폴로 셔츠를 입어서 일반적인 드레스 셔츠와 차별화했다. /박상훈 기자

팬데믹 재택근무 시대가 저물고 사무실 붙박이 시대가 되돌아오자 직장인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옷차림이 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할 때 입기 좋은 옷들을 소개한 기사에서 “업무 복장 선택에 혼란을 겪고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직장인 드레스 코드는 출근도 미팅도 없이 집에서 자유롭게 입고 일했던 팬데믹의 추억이 더해지며 갈수록 가벼워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른바 ‘대(大)캐주얼 시대’의 도래다.

WEEKLY BIZ는 서울 가로수길 빈티지숍 ‘수박빈티즈’ 김정열(42) 대표에게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옷차림 팁을 물었다. 현직 목사이기도 한 김 대표는 20대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옷차림을 조언해주던 경험을 제2의 직업으로 삼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내 브랜드를 만들거나, 유명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숍을 내는 쪽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들어서” 2018년에 시작한 빈티지숍이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에 2호점을 냈다. “TPO(때·장소·상황)와 나이,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김 대표의 조언을 ‘비즈니스 캐주얼’과 ‘자유복 및 정장’ 등으로 나눠 소개한다.

비즈니스 캐주얼(business casual)이 대세가 된 지금도 ‘어떻게 입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업무(business)에 걸맞게 격식을 갖추면서도 간소하다(casual)는 표현 자체가 형용모순이기 때문이다.

정석적인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부탁했을 때 김 대표가 고른 옷은 네이비 블레이저, 카키색 면 소재 바지, 니트 소재의 갈색 폴로 셔츠였다. 가장 기본적인 옷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만만치 않다. 우선 오피서 치노(officer chino)라고 부르는 바지는 과거 미군 장교들에게 실제 지급됐던 실내 근무복이다. 보통의 면바지보다 빳빳하고 통도 넓다. 김 대표는 “특유의 박력이 있어서 즐겨 입는다”고 했다. 금색 단추 달린 네이비 블레이저는 슈트 재킷처럼 보이지만 포멀(formal·격식 있는)한 느낌이 살짝 덜해 이런 바지와도 잘 어울린다.

갈색 폴로 셔츠에도 눈길이 간다. 보통의 드레스 셔츠는 넥타이 없이 단추를 풀고 입어도 정장 느낌이 남는 반면 폴로 셔츠는 단추를 끝까지 채워도 캐주얼 분위기가 난다. 섬세한 니트 소재를 택해 스포츠 의류 같은 느낌은 피하고 짙은 색깔로 진중함을 더했다. “소재는 가볍게, 컬러는 무겁게” 입는 전략이다. “화려하고 튀는 색깔로 포인트를 주면 자연스러워 보이기가 어렵죠. 그럴 땐 올리브그린이나 갈색, 짙은 버건디(팥죽색) 같은 색깔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묵직하고 차분하지만 남성복에서 생각보다 드문 컬러들이죠.”

초어 재킷(chore jacket)으로도 불리는 프렌치 워크재킷으로 연출한 비즈니스 캐주얼. 신사복 재킷에 넥타이만 푸는 옷차림보다 한결 가볍고 편안해 보인다. /박상훈 기자

전반적인 캐주얼 바람과 함께 비즈니스 캐주얼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김 대표 역시 “(비즈니스 캐줄얼이라면) ‘재킷다운 재킷’에 로퍼(끈 없는 구두)는 신어야 한다는 규칙도 이제는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프렌치 워크재킷(french work jacket)으로 더 가벼운 비즈니스 캐주얼을 연출했다. ‘초어(chore·잡일) 재킷’이라는 별명처럼 19세기 후반부터 프랑스 등지에서 공장 근로자들의 작업복으로 만들어졌던 옷이다. 지금은 “특유의 디자인이 일종의 공공재가 됐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브랜드에서 이 옷을 만든다. 엄연한 재킷인 만큼 티셔츠나 셔츠 바람보다는 갖춰 입은 느낌을 주면서도 테일러드 재킷(신사복 재킷)보다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만능에 가까울 정도로 다른 옷들과 궁합이 좋은 점도 특징이다. 김 대표는 “청바지, 면바지, 퍼티그 팬츠(군용 작업복 바지) 모두 잘 어울린다”고 했다.

꼭 워크 재킷이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팁들이 있다. 우선 이너웨어(재킷 안에 받쳐 입는 옷)의 선택. 흰색 라운드넥 티셔츠를 입은 김 대표는 “칼라(깃)가 재킷에도 있고 셔츠에도 있으면 계산이 복잡해진다”고 했다. 재킷과 셔츠의 깃이 만들어내는 여러 선(線)의 각도 등을 잘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깃 없는 라운드넥 티셔츠는 이런 고민을 줄여 줄 수 있다. 다만 “너무 얇은 것을 입어서 속옷처럼 보이지 않도록” 밀도 높은 소재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재킷과 바지는 색상의 차이를 둬야 조합하기 편하다. 김 대표는 “동양인들은 머리카락과 피부, 눈동자를 비롯해 얼굴 쪽의 색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하의를 톤온톤(비슷한 계열의 색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맞추면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색상 차가 크지 않을 땐 소재의 질감이나 무게감으로 차이를 두면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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