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돈줄 막힌 대형PE, 안방서 자금 유치전
국민연금 1.5조 운용사 선정 놓고도
국내 주요 PEF와 치열한 경쟁 예고
글로벌자금 경색에 국내펀딩 눈돌려
업계 "회수성과 좋은 운용사가 유리"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4년 6월 6일 16:42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국내 출자 공모에 뛰어들고 있다. 대규모 펀드와 투자 업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성과를 쌓은 이들 대형 PEF가 국내 자금으로 눈을 돌리면서 출자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의 국내 사모 대체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에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자산운용이 뛰어들었다. 대형과 중형 두 부문으로 나눠진 공모에서 이들 운용사는 총 800억 원이 배정된 대형 부문에 지원했다. 공무원연금은 대형 부문에서 운용사 두 곳을 선정해 각각 400억 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대형 부문에는 MBK와 맥쿼리 외에도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PEF들이 대거 뛰어들어 격전을 예고했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로 꼽히는 MBK는 그동안 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최근 국내 기관들의 출자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3월 말 한국원자력공단이 모집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PEF 출자 사업에 도전한 데 이어 지난달 시작된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에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해외 기관투자가의 자금으로만 펀드를 조성해왔던 한앤컴퍼니 역시 국내 출자 콘테스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지원한 데 이어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 출자 공모에 잇달아 참전했다.
해외 연기금 출자에 집중하던 이들 대형 PEF가 국내로 눈길을 돌린 것은 최근 글로벌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과거보다 해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잇따르면서 해외 연기금들의 출자 여력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는데 해외 기관들의 돈줄이 마르면서 자금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PEF들이 국내 기관들을 찾고 있다”며 “국내 출자 공모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관심은 역대 최대 규모의 출자를 예고한 국민연금과 4년 만에 사모펀드 출자에 나선 공무원연금의 결정에 쏠려 있다.
국민연금의 출자 부문은 PEF, 크레디트·부실자산 펀드, 벤처 펀드 등 3개다. 총 배정 규모가 1조 5500억 원으로 역대 정기 사모투자 출자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출자 규모가 대폭 확대되면서 이번에 선정된 운용사는 단숨에 대형 PEF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공무원연금 콘테스트에 참여한 후보들 중에서는 운용 규모와 인지도 측면에서 MBK와 맥쿼리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IMM PE 등 최근 투자 회수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국내 PEF 운용사들이 결코 만만한 경쟁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IMM PE는 지난해 산업가스 기업 에어퍼스트 지분 매각으로 조 단위 회수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또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인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 제뉴원사이언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올 4월 맥쿼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앞둔 상태로 올해 출자 공모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약 10조 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를, 맥쿼리는 1조 원 규모의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MKOF) 6호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 출자기관들은 운용사들의 투자 회수 실적을 가장 눈여겨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기관들은 출자한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 또 다른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로 회수 성과를 낸 운용사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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