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공제는 20배 올리자면서···"금투세만 '부자감세' 낙인 안돼"
◆ 금투세와 형평성 논란 불가피
국내 투자금 코인에 쏠릴 가능성
밸류업과 상충···정책 신뢰도 하락
가상자산보다 공제한도 상향 등
금투세 관련 전면 재검토 필요
2022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논의할 당시 정치권에서는 과세 형평을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 과세를 패키지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주식처럼 투자를 통해 자본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즉각적인 현금 교환과 반복 매매 등 공통점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에 따른 기본공제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공제 한도를 20배 올려 국내 주식 등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의 공제 한도와 똑같은 선으로 조정한 것이다. 현재도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매매 차익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후 22% 세율(지방세 포함)로 과세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세금이 같아져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주식으로 개인 투자금이 몰려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상황인데, 가상자산마저 공제 한도가 5000만 원까지 올라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이 코인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대로면 국내 증시 자금의 이탈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과 정면으로 상충돼 밸류업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이가 투자한다는 이유로 가상자산의 공제 한도는 크게 올리면서 금투세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 자체를 부자 프레임으로 막으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금투세를 윤석열 정부 입장대로 폐지하든, 아니면 시행하더라도 최소한 가상자산보다는 공제 한도를 훨씬 상향 조정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그간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에 신중했던 점 역시 증시로 가야 할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이미 코인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서 추가로 ETF를 통한 간접 투자마저 허용되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빠질 수 있고 가상자산의 큰 변동성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배경을 종합해보면 가상자산에 대한 공제 한도 설정은 결국 금투세와 맞물려 결정할 이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는 금투세 시행 여부를 포함해 시행 시 공제 한도 재설정 등이 다 포함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소득을 금융투자 소득으로 분류해 결손금 이월 공제 등을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가상자산의 기본공제 250만 원만큼은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국내 주식 등에 대한 기본공제 5000만 원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지원과 국내 기업의 자본 확충·조달,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등 정책적 지원 필요성 등 명분이 충분하다”고 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자본시장에서 혁신 스타트업 등을 키워야 할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관련 입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성이 클수록 과세가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코스피의 4.5배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가 이뤄지면서 기대 수익률이 감소해야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기적 자본 유입이 제한돼 가격이 안정되고 투자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 만큼 금투세는 추가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부양가족이 주식 투자 등으로 1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얻을 경우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건강보험료 산정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된 상태다. 아울러 부동산과 달리 양도소득세 적용 시 장기 보유에 따른 특별공제 혜택이 없고 투자자의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종합 수익률이 마이너스여도 수익 확정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면 과세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비판 또한 여전하다.
최근 금투세 폐지 입장을 거듭 밝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연말정산 공제 등에서 손해를 입는 사람이 몇 십만 명 단위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5000만 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피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투세가 조세 정의 측면에서 방향성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부양가족 인적공제 제외 등으로 납세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만약 시행한다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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