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리스펙트'의 해법

2024. 6.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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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필자에게 진료받은 고등학생 환자가 대뜸 "선생님, 리스펙트(respect)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존중, 존경한다'의 의미로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옆에 있던 간호사가 알려주었다.

필자가 몸담은 적십자도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세대 간 소통' '상호 존중'을 조직문화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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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필자에게 진료받은 고등학생 환자가 대뜸 "선생님, 리스펙트(respect)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존중, 존경한다'의 의미로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옆에 있던 간호사가 알려주었다.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사춘기 환자의 진심 어린 인사에 놀랐고, 젊은 친구들이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을 많이 한다는 사실에 기뻤다.

요즘 어느 모임에서나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는 '세대 차이'이다. 또래들은 하나같이 자녀·손주와의 생각 차이를 얘기하고, 여전히 사회 활동을 하는 이들은 젊은 직원들과의 의견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21년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발표에 따르면 세대 간 갈등에 대해 대한민국은 응답자 중 8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세대마다 본인이 겪은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니 서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긴 세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며 본인보다 가족을 위해 삶을 살아낸 기성세대로서는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더욱 낯설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세대 차이'는 대립과 충돌, 마찰의 의미를 지닌 '갈등'이라는 단어가 붙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두 단어의 '합'이 썩 달갑지 않으나, 일부 평론가들은 '세대 갈등'이 극심하다는 의미에서 '시대 갈등'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수십 년간 병원에서 다양한 직원과 함께 일하며 계속해서 고민해온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가 몸담은 적십자도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세대 간 소통' '상호 존중'을 조직문화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세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다. 부서장급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자주 이야기한다. "조직에서 권한과 책임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먼저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며 다름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성공하는 조직의 비결은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이다. 이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구분 짓기보다 다름에 적응하며 서로 다른 가치와 다른 형태의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의 경험과 관점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을 통해 나의 경험과 관점을 더욱 넓힐 수도 있다. 따라서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세대의 입장과 태도, 새로운 관점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직의 성패는 상호 존중을 통해 세대 갈등을 얼마나 성숙하고 발전적으로 해결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새벽 일찍 병원에 들렀다가 적십자로 출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랜 세월 몸에 배어 특별한 일이 아닌데, 이를 처음 듣는 직원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며칠 전 한 젊은 직원이 퇴근 후 매일 저녁 운동을 한다는 말에 필자 역시 감탄했다. '얼리버드'와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세대 갈등이 각자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면, 서로의 차이를 '리스펙트'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 아닐까.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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