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성공한 사업모델로 日시장 개척"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4. 6.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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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렌터카 시장 안착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제주서 상경해 창업만 15번
고향으로 돌아가 신사업 발굴
'고무줄요금' 렌터카 시장에
실시간 온라인 플랫폼 도입
렌터카 시장 한국 10배지만
아날로그 머문 일본 진출
올해 거래액 1500억원 예상

한국 스타트업에 일본은 기회의 땅이다.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이 있고, 국토 곳곳에 제조업이 균형 있게 발달했다. 반면 그동안 디지털전환(DX)은 더딘 편이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종용하며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일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실시간 렌터카 가격비교·예약결제 플랫폼 '제주패스'를 운영하는 캐플릭스는 제주도에서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아날로그 중심의 일본 렌터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며 최근 연달아 현지 렌터카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에서 먹히는 IT 창업 아이템이면 세계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윤 대표의 창업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 졸업 후 상경해 다양한 창업과 실패를 경험했다. "처음엔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 일했어요. 옷도 팔아보고 과일 장사도 했죠. 세어보니 창업만 15번 넘게 했더라고요."

서울에서 몇 번의 실패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경험한 그는 고향 제주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렌터카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보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것. 10여 년 전까지 제주 렌터카 시장은 고무줄 요금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소비자는 콜센터 직원을 통해 예약해야 했고, 오버부킹으로 인해 예약한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한 뒤 현장에서 고가의 보험료를 책정하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체도 일부 있었다.

"제주 관광에는 렌터카가 필수예요. 제 고향을 찾는 방문객이 렌터카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하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죠." 이에 2016년 윤 대표는 온라인 실시간 가격비교·예약결제가 가능한 제주패스를 최초로 선보였다.

윤 대표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 렌터카 업체들도 중요한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캐플릭스의 핵심 사업은 렌터카 업체들의 디지털전환을 돕는 것이에요. 더 이상 과거처럼 콜센터를 통해 들어온 예약을 수기로 관리하고,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편법을 사용할 필요 없게 만든 거죠."

캐플릭스가 렌터카 업체들의 디지털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제공했기에 실시간 렌터카 비교·예약 플랫폼도 구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이젠 실시간으로 렌터카를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지만 대부분 캐플릭스의 ERP 솔루션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개발한 렌터카 ERP 솔루션과 함께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넘겼다"고 했다.

제주에서 성과를 거둔 윤 대표의 다음 목표는 일본이다. 국토가 수많은 섬으로 구성된 일본은 한국보다 렌터카 이용이 활성화됐다. 렌터카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다. 10여 년 전 제주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캐플릭스는 일본 렌터카 업체들을 상대로 연달아 ERP 솔루션, 무인 키오스크 인수 플랫폼 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그룹의 JR역렌터카와 계약을 맺었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 거래액 3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약 7년이 걸렸지만, 2년 전 진출한 일본에선 올해 1200억~1500억원 수준의 거래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렌터카 시장만 놓고 보면 일본은 제주도가 10개 정도 모여 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0배 수준이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전환이 더딘 미국도 캐플릭스의 공략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IT 기반 스타트업이 사업을 테스트해보기에 한국만 한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작지만 혁신적이고 신기술 수용성이 큰 시장이에요. 한국에서 검증된 아이템이라면 일본과 미국에서도 먹힐 거란 확신을 가져도 됩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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