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때 사두자" 엔화예금 넉달새 11% 늘어
"美·日 금리정책 변화하면
엔화값 오른다" 기대 영향
달러예금은 10% 줄어들어
'환차익 실현' 수요 작용한듯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엔화 예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사이 달러 예금은 줄고 있다. 엔화값이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일본이 향후 금리·금융 정책 수정 등을 통해 엔저를 시정할 수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쌀 때 사두자'는 수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강세를 지속해온 달러에 대해서는 하반기나 연말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비쌀 때 팔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5대 시중은행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893억엔이었다. 이는 지난 1월 말(1조1574억엔)보다 11.4%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엔화 예금 잔액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5대 시중은행 기준 1조엔을 돌파한 후 상승 추세다.
1년여 전만 해도 엔화 가격은 100엔당 900원대 초중반을 기록했지만, 작년 11월부터 800원대로 떨어지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1월 중순엔 잠시 100엔당 900원대 초반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2월 이후로는 단 한 번도 900원대를 기록하지 못하고 현재 88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 엔저'로까지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추후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더해지자 엔화 예금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엔저로 상당한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진 만큼 일본은행이나 일본 정부가 금리·금융·외환 정책 변화를 통해 엔저를 시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환차익을 얻기 위해선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차익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사들여 예금에 묻어두는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엔화 예금이 늘어난 데에는 일본 여행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에서 외환통장을 기본으로 한 '트래블체크카드' 등을 공격적으로 출시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불을 붙인 이른바 '트래블월렛'과 같은 형태의 서비스는 은행에서 외환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체크카드와 연동시키면 환율 100% 우대와 현지에서의 편리한 결제를 지원한다. 환전 부담이 없어 엔화를 이 통장에 보유해놨다가 여행을 갈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 자연스럽게 은행의 엔화 예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달러의 경우 예금 잔액이 계속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594억달러였던 것이 5월 말에는 532억달러로 10.4%나 줄었다.
달러 예금은 거치 기한에 따라 다르지만 금리가 일반적 예금보다 높은 4%대 중반~5%대 초반에 형성돼 있음에도 이른바 '비쌀 때 팔자'는 환차익 실현 수요 등이 달러 예금 축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 중반에서 1400원을 위협하는 수준에 계속 머무르는 '킹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나 연말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돼 달러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전에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로 보인다.
다만 개인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고 판단해 최근에도 달러 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업들의 경우 달러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미리 확보하려 하지 않는 바람에 전반적으로는 달러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화 예금에서 가장 비중이 컸던 달러 예금과 역시 값이 올라간 유로화 예금 수요가 줄면서 5대 은행의 외화 예금 잔액은 올 들어 처음으로 7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연초 742억달러였던 5대 시중은행의 외화 예금 잔액은 2월 730억달러, 3월 724억달러, 4월 708억달러로 줄어들더니 5월에는 681억달러를 기록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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